미국에서 의료보험이 있다고 해서 모든 약값이 다 커버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막상 약국에서 처방전을 내밀었는데,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수백 달러를 내라고 하면 정말 황당하죠.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은 생각보다 까다롭고, 커버되는 약과 안 되는 약을 구분하는 기준이 뚜렷합니다.
미국에서 의료보험은 보통 '포뮬러리'라는 약 목록을 운영합니다.
이건 쉽게 말해 보험사가 커버해주는 약의 리스트인데,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약은 그대로 본인 부담이에요. 예를 들어, 똑같은 두통약이라도 제너릭(generic) 버전은 보험이 커버되지만, 신약 브랜드 약은 리스트에 없다면 전액 환자가 내야 합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이는 게 최우선이다 보니, 이미 제너릭이 있는 약이나 효과 대비 가격이 비싼 신약은 제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의사가 처방을 내더라도, 약사가 "이건 보험 안 돼요"라고 말하는 일이 흔하죠.
보험은 기본적으로 '질병 치료 목적'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건강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주지 않는 약, 즉 미용이나 생활 편의를 위한 약은 거의 다 커버되지 않아요. 발기부전 치료제같은 약들은 아무리 대중적으로 많이 쓰여도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치료"로 분류되지 않아서 본인 부담이 원칙입니다.
감기약, 소화제, 알레르기약 같은 일반의약품도 보험 적용이 안 됩니다. 의사의 처방전을 받더라도, OTC로 분류된 약이라면 약국에서 그냥 사야 해요. 예를 들어 알레르기약 클라리틴(Claritin) 같은 건 의사가 처방해줘도 보험 커버가 되지 않고, 그냥 약국 진열대에서 카드 긁고 사야 하는 거죠.
미국에서 신약이 나오면, FDA 승인을 받아야 하고, 그 후에도 보험사들이 커버 여부를 결정합니다. 그런데 막 출시된 신약은 보통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다,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바로 커버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희귀병 치료제처럼 가격이 수천~수만 달러에 달하는 약은, 환자가 직접 제조사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임상시험 단계에서 제공되는 약물도 보험 커버 대상이 아닙니다. 이런 건 보통 제약사가 임상 참가자에게 무상 제공하죠. 어떤 약은 원래 승인된 용도가 있는데, 의사가 다른 목적으로 처방할 때가 있습니다. 이걸 'off-label 사용'이라고 부르는데, 이 경우 보험사는 "승인되지 않은 용도"라는 이유로 커버를 거부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항우울제를 불면증 치료 목적으로 쓰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효과가 있을 수 있어도, 보험 규정상 커버가 안 되는 거죠.
그리거 비타민, 미네랄, 건강보조제 같은 건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설령 의사가 권장해도 약국에서 그냥 본인이 사야 합니다. 단, 특정 질환 환자(예: 투석 환자에게 필요한 특수 비타민)처럼 예외적으로 커버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이진 않습니다.
치과·안과 관련 약
미국 보험의 큰 특징 중 하나가 치과(Dental)와 안과(Vision)는 기본 의료보험에서 빠져 있다는 점이에요. 별도의 보험이 있어야 커버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관련 약은 전부 본인 부담입니다. 충치 치료에 필요한 항생제, 안구건조증 점안액 같은 것도 일반 의료보험에서는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신건강 관련 일부 약물
정신과 약물도 다 커버되지는 않습니다. 흔히 쓰이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는 보험 적용이 되지만, 신약이거나 특정 브랜드 약은 제외되기도 합니다. 보험사는 가능한 한 제너릭 사용을 권장하고, 브랜드 약을 원하면 의사가 'Medical Necessity(의학적 필요성)' 서류를 따로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미국 의료보험은 "모든 약값을 다 대신 내준다"는 개념이 아닙니다. 보험사마다 운영하는 포뮬러리(약물 리스트)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지고, 미용·생활 편의 목적, OTC 약, 신약, off-label 사용, 비타민 등은 대부분 본인 부담입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의료보험이 있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새로운 약을 처방받으면 꼭 약국에서 "이거 보험 적용 되나요?"라고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어떤 경우엔 보험사가 대체 약을 지정해주기도 하고, 제약사에서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니, 조금만 알아보면 비용 부담을 줄일 방법이 있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