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여행을 왜 가고 싶을까, 생각을 하다 보면 사실 별 이유가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냥 갑자기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매일 똑같은 일을하다 보면, 문득 '다른 풍경 속에 서 보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그게 여행의 시작 같아요.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공기를 마시고, 다른 지역, 다른 나라사람들의 일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달라지니까요.

친한 직장 동료는 미국에서 태어난 필리핀 2세인데 그는 매년 꼭 해외여행을 다녀온다고 하면서 저에게 어디를 다녀오고 싶냐고 묻더군요.

그런 질문을 받으면 저는 늘 파리를 떠올리곤 합니다.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에펠탑 앞에 서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해요. 낮에는 파란 하늘 아래 우뚝 솟은 강철 구조물을 올려다보고, 밤에는 반짝이는 조명 아래서 파리 시민들과 함께 잔디밭에 앉아 피크닉을 즐기는 모습. 생각만 해도 벌써 설레죠.

런던도 가보고 싶습니다. 템스강을 따라 산책하면서 고풍스러운 건물들을 바라보다가, 빅벤 앞에서 사진 한 장 찍고, 위험한 동네는 피하고 ㅋ 빨간 2층 버스를 타고 도시를 누비는 상상. 또 어느 펍에 들어가서 낯선 사람과 맥주잔을 부딪치며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아요. 런던은 클래식한 분위기가 있다는데, 그런 공간 속에 제가 서 있는 걸 생각하면 기분이 묘하게 좋아집니다.

그리고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이집트 피라미드예요. 사실 TV나 다큐멘터리에서 수없이 보긴 했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보면 어떤 감정이 들까요. 수천 년 동안 사막 한가운데 묵묵히 서 있는 그 거대한 돌무더기를 올려다보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은지, 또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낼 수 있는지 동시에 느낄 것 같아요. 사막 바람을 맞으면서 피라미드를 바라보다 보면 지금까지 제가 고민했던 문제들이 사실은 별거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행이 주는 건 이런 특별한 풍경만은 아닌 것 같아요. 혼자 떠나면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되고, 누군가와 함께 가면 관계가 더 깊어지기도 합니다. 저는 비행기를 탈 때마다 하늘 위에서 창밖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 땅에서 그렇게 크게 보이던 문제들이 구름 위에 올라가면 아주 작게 보이더라고요. 그 순간 마음이 확 가벼워집니다. 아마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여행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죠.

그래서 늘 쉽게 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저는 여행이 사치라기보다는 꼭 필요한 투자라고 생각해요. 길거리에서 먹은 한 끼 음식, 우연히 찍은 사진 한 장, 현지인과 나눈 몇 마디 대화 같은 건 평생 기억에 남거든요. 시간이 흘러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다시 미소가 지어집니다.

결국 우리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유는 단순합니다. 새로운 풍경을 보고 싶고, 낯선 공기를 마시고 싶고, 그 안에서 조금 더 살아 있다는 걸 느끼고 싶기 때문이죠.

저는 언젠가 꼭 파리 에펠탑 앞에 서서 사진을 찍고, 런던의 펍에서 맥주를 마시고, 이집트 피라미드 앞에서 경외심에 잠겨보고 싶습니다. 상상만으로도 힘이 나니까요. 그래서 오늘도 마음속 작은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채워가며, 언젠가는 그곳에 서 있을 제 모습을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