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에이 한타에서 운전하다 보면 별일이 다 일어납니다. 

평소처럼 퇴근길, 8가와 버몬트 교차로에서 신호등이 노랗게 깜빡이며 끝나려는 순간 앞차 뒤에 붙어서 빠르게 좌회전을 하려던 찰나, 오른쪽 뒷문 쪽에서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직진하던 픽업트럭이 제 차를 들이받은 것이었죠.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고, 차만 충격을 받은 정도라 마음을 다잡고 차를 길가에 세웠습니다.

"보험 교환하고 끝내자" 하고 있었는데, 글쎄 이 픽업트럭이 그대로 가버리는 게 아닙니까. 뒤를 보니 그냥 우회전해서 쌩~ 하고 사라져 버리더군요. 뺑소니,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처음 당해보니 멍했습니다. 쫓아가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경찰 리포트가 우선이라 생각해서 바로 LAPD에 신고했습니다. 3분정도 후에 도착한 경찰은 차분하게 사고 상황을 묻고, 리포트를 작성해줬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니, 담당자가 "뺑소니라면 Uninsured Motorist Property Damage(UMPD) 커버리지가 있어야 상대방 책임으로 커버가 됩니다. 그런데 고객님 보험에는 UM이 빠져 있네요."

그 순간, 몇 달 전 보험 갱신할 때 상담원이 UM 넣으실 거냐고 물었을 때, 괜히 돈 아끼겠다고 뺐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가슴이 답답해지더군요.

다행이라면 다행인 건, 제 보험에 Collision Coverage(자차 충돌 담보)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덕분에 차량 수리비는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디덕터블, 자기부담금 500불을 제가 내야 한다는 거죠.

차량 수리비 견적은 총 1,500불이 나왔습니다. 이 중 500불은 제 지갑에서 나가고, 나머지 1,000불은 보험에서 처리됐습니다. UM이 있었다면 아마 디덕터블 부담 없이도 커버가 가능했을 텐데, 결국 보험 옵션 하나의 차이가 제 주머니에서 현금을 털어가 버린 겁니다.

며칠 동안 차를 수리소에 맡겨두고, 출퇴근은 우버로 해결했습니다. 몸은 안 다친 게 정말 천만다행이지만, 생활 불편과 함께 '보험은 돈 아낀다고 빼면 결국 본인이 손해 본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죠.

솔직히 지금도 그 낡은 픽업트럭이 도망가는 뒷모습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저 사람은 지금도 아무렇지 않게 운전하고 다닐까?' 생각하면 화가 나다가도, 현실은 경찰이 잡아줄 확률이 낮다는 걸 알기에 씁쓸합니다.

이번 일을 겪고 나니, 보험이라는 게 단순히 "의무적으로 드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방패막이"라는 걸 더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특히 한인타운 같이 복잡한 곳에서는 UM, Collision, Medical Payment 이런 옵션들이 사치가 아니라 필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이번 사고로 저는 500불을 잃었지만, 대신 큰 교훈 하나는 얻었습니다. 앞으로 보험 갱신할 때는 UM 옵션을 꼭 추가할 겁니다. 여러분도 보험료 몇십 불 아낀다고 옵션 빼지 마세요. 언젠가 저처럼 뺑소니를 당했을 때, 그게 몇 천 불, 몇 만 불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한인타운에서 살아간다는 건 이런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매일 마주하는 것 같네요.

오늘 제 경험담을 읽은 분들이 있다면 보험은 아끼는 게 아니라, 지켜주는 겁니다.

그리고 사고가 나면, 무조건 침착하게 경찰 리포트부터—이게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