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수십 년 살다가 은퇴 후 한국으로 돌아오는 '역이민' 이야기를 요즘 많이 합니다.
그런데 현실을 들여다보면 만만하지 않다고 합니다. 실제로 역이민을 시도했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거나,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고생하는 사례가 꽤 많아요.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빨리빨리' 사회죠. 병원 예약, 택배 배송, 행정 서비스 모두 초고속이에요.
겉으론 장점 같지만, 미국에서 여유로운 템포로 살아온 은퇴 세대에겐 오히려 스트레스가 됩니다.
길거리 사람들 발걸음은 빠르고, 대중교통은 분 단위로 움직이며, 행정창구는 절차를 줄줄 읊는데... 한국을 떠난지 수십년이 된 이민 1세대가 이런 한국식 속도의 시스템 장벽을 맞닥뜨리면 당황스러운 거예요.
결국 "숨이 막힌다"는 이유로 몇 년 못 버티고 다시 미국행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국에 고향 친구나 친척이 많을 거라 기대하고 들어갔다가, 막상 가보면 상황은 달라요.오랜 세월 떨어져 지내면서 관계가 끊겼거나, 친구들은 연락이 잘 안될 수 있죠.
한국 동네에선 '외국 살다 돌아온 어르신'이라는 낯선 포지션에 놓여 외로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교회나 커뮤니티 모임이 은퇴 세대의 삶을 지탱해주던 것과 달리, 한국에선 새로운 인간관계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아요.
경제적 착각
"한국은 의료비 싸니까 살기 좋다"는 건 맞지만, 생활 전반으로 확대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집값, 월세, 물가 모두 이미 선진국 수준이에요. 미국처럼 은퇴자 세제 혜택도 다르게 설계돼 있어서, 처음엔 한국 생활이 저렴할 줄 알았다가 예상 외로 지출이 커집니다.
특히 수도권에 정착하려 하면 임대료 부담이 상당하고, 농촌이나 지방은 물가는 낮아도 의료·문화 인프라가 부족해 또 불편해요.
미국은 소비자들에게 많은 혜택이 있는 나라이다 보니 많은 소비재, 생필품 가격이 저렴한것이 많습니다.
당장 한국에서 미국보다 비싼 자동차, 가전제품, 가구, 식재료 지출이 누적되다보면 미국보다 경제적으로 윤택해지기 힘들어 집니다.
결국 "한국 와도 돈 걱정은 그대로"라는 벽을 만나는 거죠.
미국 이민 1세대는 대부분 자녀 세대를 미국에서 키워냈습니다. 자녀들은 이미 직장·가정이 미국에 자리 잡았고, 손주도 그곳에 있어요.
그런데 본인이 한국으로 역이민하면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죠.
처음엔 "영상통화로 충분하다" 싶지만, 손주가 커가면서 직접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병원 진료받을 때 곁에 자녀가 없다는 현실이 외로움으로 다가옵니다.
이게 역이민을 포기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큰 이유 중 하나예요.
제도적 허들
F-4 비자나 국적 회복 제도는 분명 장점이지만, 실제로 들어가면 세금, 보험, 행정 절차 같은 현실적 허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해외 연금 수령을 한국에 거주하면서 어떻게 신고할지, 한국 건강보험료는 얼마가 나올지, 상속·증여세는 어떻게 처리할지 등 복잡한 문제가 한꺼번에 몰려와요.
이민 세대가 미국 세금 보고에도 버거워했는데 한국 행정까지 얹히면, "차라리 그냥 미국에 있는 게 속 편하다"는 생각이 강해집니다.
정체성의 혼란
마지막으로는 '내가 어디에 속한 사람인가' 하는 문제예요.
미국에서 수십 년 살았지만 완전히 미국인이 된 것도 아니고, 한국에 돌아오니 한국 사회의 일원 같지도 않아요.
마트 계산대에서 신분증을 낼 때, 은행 창구에서 절차를 밟을 때, 심지어 동네 주민 모임에 참석할 때도 묘하게 이방인 취급을 받습니다. 이 정체성의 어정쩡함은 은퇴 세대에게 큰 피로로 다가오죠.
결국 미국에서 한국 역이민이 실패하는 이유는 단순히 "한국이 불편해서"가 아니라, 문화·경제·가족·제도·정체성이 얽힌 복합적인 문제 때문이에요.
한국의 장점인 의료 혜택 하나만 보고 들어왔다가, 나머지 현실을 감당하지 못해 돌아서는 거죠.
그렇지 않으면, 결국 미국에서의 불편한 점이 다시 그리워지고, 역이민은 실패로 돌아가곤 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역이민을 택하진 않습니다. 미국 대도시에 살고, 병원이 집 앞에 줄줄이 서 있고, 비용도 개의치 않을 만큼 여유로운 분이라면 미국에 그대로 눌러 사는 편이 낫죠.
게다가 미국은 만 65세부터 메디케어가 시작되니 의료비 부담이 줄고, 평균적인 시민의식과 커뮤니티 안정감도 장점이에요. 그래서 역이민은 주로 "평범한 은퇴자"의 선택이 됩니다.
결국 역이민은 단순한 향수병이 아니라, 몸이 약해지는 시기에 "어디서 더 안전하고 빠르게 돌봄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계산 끝에 내려진 현실적인 결론이 되는데 신중하게 결정하지 않으면 경제적인 압박을 받는 노후생활이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