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때는 생수병을 항상 구입해서 냉장고에 채워넣던 사람이었다.
사실 애 낳기 전까지는 뭐가 뭔지 잘 몰랐다.
마켓 가면 28개 들이 생수 묶음 사다가 집에 오면 일단 하나 따서 마시고, 운동 갈 때도, 외출할 때도 당연히 들고 다녔다.
근데, 어느 순간 그 생수병이 무섭게 느껴졌다.
딸을 키우면서 '먹는 것'에 더 민감해졌다. 예전에는 그냥 대충 물 마시면 됐는데, 이제는 "이 물, 진짜 괜찮은 걸까?"부터 시작된다.
요즘 뉴스나 SNS 보면 심심찮게 나오는 단어, "미세플라스틱"
이게 딱 우리 가족 식탁 위에 올라오는 생수병에 있다고 생각하면 솔직히 좀 소름이 끼친다.
실제로 2018년에 발표된 어느 세계적인 연구에서는, 병에 든 물에서 리터당 평균 300개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한다.
게다가 일부 제품은 수천 개까지 나왔다니, 이건 무슨 물이 아니라 '플라스틱 칵테일' 마시는 느낌 아닌가?
그나마 놀라운 건, 이 미세플라스틱의 출처가 대부분 생수병 자체라는 거다.
플라스틱 병에서 아주 미세한 입자들이 벗겨지듯 녹아 나오면서 우리가 마시는 물 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거다.
특히 햇빛에 노출된 생수병이나, 차 안에 방치된 병물에서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고 한다.
내가 한때 하던 짓 그대로다. 차 안 더운 데 놔두고 그 물 다시 마시고...
딸아이가 마트에서 "엄마, 저 물 사자~" 하고 말할 때마다 나도 흔들린다.그냥 사서 주면 되는데, 굳이 정수기물만 고집하고, 스테인리스 텀블러 챙겨야 하고, 뭐 하나도 쉽게 흘려보내지 못한다.
다들 48개짜리 생수 묶음 사가는 거 보면, "나만 유난인가?" 싶은 생각도 들고, 친구들이 "야~ 그 정도 미세플라스틱이 뭐 어때서~" 라며 웃으면, 나도 한숨만 나온다. 근데, 이게 그냥 '조금 먹는다고 괜찮아'가 아니라, 매일매일 꾸준히, 무의식 중에 쌓이는 게 문제잖나.
아직까지 "미세 플라스틱이 이렇게 나쁩니다" 하고 정확하게 나온 건 없다고 하지만, 내 아이에게 일부러 그런 위험을 안길 이유는 없잖아.
나도 처음엔 힘들었다. 병물 안 사려고 하니까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가장 큰 문제는 외출할 때. 그때마다 스테인리스 텀블러에 정수기 물 받아서 들고 다니는데, 이게 솔직히 귀찮다.
근데 뭐, 습관되면 괜찮다. 정수기도 처음엔 그냥 Brita 썼는데, 요즘은 언더싱크 필터 시스템으로 바꿨다.
남편도 처음엔 "그거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하더니, 요즘은 자기도 슬쩍 회사에 텀블러 들고 다닌다.
사람 마음이 그런가 보다. 내가 신경 쓰니까 자기도 조금씩 바뀌는 거다.
플라스틱 걱정은 단순히 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쓰는 치약, 화장품, 아이 장난감, 일회용 포크와 스푼, 비닐랩...생활 전반에 플라스틱이 너무 많다.
다 걷어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입으로 들어가는 건 조심하자는 게 내 결론이다.
나는 대단한 환경운동가도 아니고, 연구자도 아니다.그냥 우리 집 밥상과 우리 아이 몸을 걱정하는 엄마일 뿐이다.
조금 불편해도, 조금 손이 더 가도, 내 아이가 좀 더 깨끗한 물을 마시고, 조금이라도 덜 해로운 환경에서 자라길 바라는 마음.
그게 내가 오늘도 병물 대신 텀블러를 닦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