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중 하나는 단연 Goblin Valley State Park입니다.

이름부터 고블린 밸리....  도깨비 계곡입니다.

그냥 평범한 사막 공원 중 하나겠거니 했는데, 막상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는 순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건 국립공원도 아니고 주립공원인데 웬만한 국립공원보다 볼만한게 많은 곳 입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몇 걸음만 옮기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현실 같지 않습니다.

키 작은 버섯 모양의 바위들이 끝도 없이 깔려 있고 바람과 비가 수백만 년 동안 깎아낸 기괴한 형상이 온 계곡을 채우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영화 세트장 같고 가까이 가면 각 바위마다 표정이 다 달라서 진짜 고블린들이 숨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여기 마인크래프트 같다"고 좋아합니다. 정말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같은 풍경이 반복되지 않고, 골짜기 하나를 넘으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립니다. 정해진 트레일도 있지만 이 공원의 진짜 매력은 마음 가는 대로 바위 사이를 걸어 다니는 자유로움이 있습니다.

바위 사이 골목을 지나가다 보면 갑자기 탁 트인 분지가 나오고 거기서 또 다른 괴상한 바위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한 시간쯤 걷다 보면 시간 감각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계절은 봄이었지만 햇빛은 사막답게 강했고 바람은 생각보다 차가웠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랑 애엄마랑 모두  겉옷 하나씩 챙겨간 게 정말 신의 한 수였습니다.

중간중간 그늘이 거의 없기 때문에 물은 챙기는 게 좋습니다. 바위에 손을 대보면 햇빛에 달궈져 따뜻한데 그 옆에서 부는 바람은 서늘해서 묘한 대비를 만듭니다. 사진을 찍어도 좋지만 사실 이곳은 카메라로 담는 것보다 그냥 눈으로 보고 몸으로 걷는 게 훨씬 기억에 남습니다.

소리도 거의 없고 여기저기 부는 바람 소리와 아이가 돌을 차며 뛰어다니는 소리만 들릴 뿐 관광지 특유의 소음이 거의 없습니다. 그 고요함이 이 풍경을 더 비현실적으로 만듭니다. 오후가 되면서 햇빛 각도가 바뀌자 바위들의 그림자가 길어지고, 계곡 전체가 갑자기 깊은 색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바위마다 주황색, 붉은색, 갈색이 섞여서 마치 거대한 조각 전시장에 서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들은 바위 하나를 가리키며 "저건 용, 저건 할아버지, 저건 거북이"라며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고, 저는 그걸 들으며 기특해서 혼자 웃었습니다.

해 질 무렵, 차로 돌아오는 길에 뒤돌아보니 낮과는 전혀 다른 표정의 계곡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낮에는 장난스럽고 기괴했다면 저녁에는 웅장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변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작은 캠핑 구역과 RV 파크를 지나쳤는데 다음엔 꼭 하룻밤 자고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밤에 별이 얼마나 쏟아질지 상상만 해도 설렙니다. Goblin Valley는 유명한 국립공원들 사이에서 종종 조용히 묻히는 곳이지만 막상 가보면 절대 잊히지 않는 풍경을 남기는 장소입니다. 유타를 여행한다면 일부러라도 일정에 끼워 넣어야 할 곳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