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덴버와 엘에이를 오가며 살다 보니 공항에 남들보다 자주 드나들게 됩니다. 그래서 남들보다 TSA 체크라인도 자주 통과하죠. 요즘은 신발 벗지 않아도 되어서 편해졌습니다. 공항 갈때마다 양말 안챙겨 신어도 되니까 ㅎㅎ.

그러다보니 뉴스에서 가끔 나오는 장면을 볼 때마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총을 들고 공항에 갔다가 걸렸다는 소식이요.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거의 매년 뉴스에서 듣습니다. 그럴 때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 걸까 하는 거예요.

미국에서 총이 합법이라는 건 다 압니다. 특히 덴버처럼 총 문화에 비교적 익숙한 지역에 살다 보면, 총 자체가 그렇게 특별한 물건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에요. 사냥용, 자기방어용, 취미용으로 집에 총 하나쯤 있는 사람도 적지 않죠.

그런데 공항은 얘기가 완전히 다르잖아요. 공항은 미국에서도 가장 예민한 공간이고, TSA 규정이 얼마나 까다로운지는 초보 여행자도 한 번만 비행기 타보면 압니다. 물병 하나, 손톱깎이 하나도 걸리는 곳에 총을 들고 간다는 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사고방식의 문제처럼 느껴져요.

물론 당사자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하죠. 깜빡했다, 가방에 있는 줄 몰랐다, 습관처럼 들고 나왔다. 그런데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가 쉽지 않아요. 왜냐하면 총이라는 물건은 지갑이나 열쇠랑은 차원이 다르잖아요. 무게도 다르고, 만졌을 때 느낌도 다르고, 무엇보다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따라붙는 물건이에요.

그걸 깜빡했다는 말은 결국 평소에 얼마나 무감각하게 총을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엘에이에서 살다 보면 또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총기 사건 뉴스가 훨씬 자주 들리고, 공공장소에서의 긴장감도 더 높아요. 그런 환경에서는 총을 집 밖으로 가져오는 것 자체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죠. 그런데도 공항까지 들고 가는 사람들은, 아마 규칙보다 자기 일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일 겁니다. 나한테는 늘 있던 물건이고, 나한테는 문제 없던 행동이니까, 그 공간의 규칙도 대충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는 거죠.

이런 사람들에게 공항은 공공의 안전을 지키는 공간이 아니라, 그냥 또 하나의 장소일 뿐인 것 같아요. 규정은 남의 이야기고, 사고는 남의 일이고, 설마 내가 문제 될까 하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거죠. 그러다 걸리면 그제야 억울해하고, 과하다고 불평합니다. 하지만 공항에서 총을 발견하는 순간, 그건 더 이상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모두의 불안이 됩니다.

그래서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씁쓸함이에요. 총을 가질 자유를 말하면서, 그에 따르는 책임에 대해서는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 공항까지 총을 들고 간다는 건, 자유의 문제가 아니라 경계의 부재 같거든요.

어디까지가 개인 공간이고, 어디부터가 공동체의 공간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삶의 태도 말이에요. 덴버와 엘에이를 오가며 살다 보니 총보다 무서운 건, 총을 아무 생각 없이 다루는 사람의 사고방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