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해변을 따라 줄지어 서 있는 높고 가느다란 팜트리.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따뜻하게 불고, 그 사이에서 팜트리는 거의 상징물처럼 서 있다. 사실 플로리다 전체가 야자수 이미지가 강하지만 마이애미에서는 그 존재감이 훨씬 크다.

거리, 해변 산책로, 리조트 진입로, 콘도 단지 입구까지 팜트리가 없는 곳이 더 찾기 어렵다. 그냥 나무라기보다 마이애미라는 도시를 시각적으로 정의하는 아이콘 같은 느낌이다.

이 팜트리들이 왜 이렇게 잘 자라는가 생각해보면 답은 단순하다. 마이애미는 연중 따뜻하고 서늘한 겨울이 없는 지역이다. 동남아나 카리브해 같은 기후라 겨울에도 평균기온이 20도 안팎이다. 그 덕에 팜트리는 사계절 쉬지 않고 자란다.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엔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지고 겨울에도 냉해 없이 버틴다. 말 그대로 야자수 천국이다.

그리고 토양도 배수가 잘 되는 모래질이 많아 뿌리가 썩지 않는다. 바닷바람과 고온다습함을 견딜 수 있는 식물은 흔치 않지만, 팜트리는 그런 환경이 오히려 딱 좋다. 비가 퍼붓다가도 햇빛이 바로 튀어나오는 마이애미 날씨에 찰떡궁합.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은 종류의 다양성이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기다란 코코넛팜만 있는 게 아니다. 워싱턴야자, 로열팜, 아레카팜, 코코넛팜, 사발팜 등 형태가 다양하다. 로열팜은 줄기가 매끈하고 위쪽이 풍성해 '왕관 쓴 야자수'처럼 보이고, 워싱턴야자는 키도 크고 잎이 우산처럼 퍼진다.

마이애미는 팜트리를 풍경용으로만 심지 않는다. 도시 이미지 전략이 깊게 깔려 있다. 사람들은 야자수가 있는 곳을 따뜻한 휴양지로 기억한다. 그래서 자동차로 해변 도로를 달리다 보면 팜트리 라인이 시원하게 이어져 눈이 즐겁다. 사진 찍어 올리기 좋고, 관광객은 자연스럽게 '여긴 휴가 분위기구나' 하고 느낀다.

하지만 예쁘기만 한 건 아니다. 키 큰 팜트리는 태풍과 허리케인에 취약하다. 강풍이 불면 잎이 찢기고 떨어진 잎이 도로에 쌓여 정리가 필요하다. 코코넛 열매가 무겁기 때문에 태풍 시즌에는 사고 위험 때문에 열매 제거 작업을 하기도 한다.

또 팜트리는 그늘 제공 능력이 생각보다 낮다. 잎이 위로만 퍼져 있어 아래로 내리쬐는 햇빛을 막아주지 못해, 걸어 다니는 사람 입장에서는 "보기엔 멋있는데 그늘은 없다"라고 불평이 나온다. 그래서 실제 그늘용 가로수는 라이브오크나 망고트리, 마호가니 등을 섞어 심는다.

마이애미 팜트리 풍경을 자세히 보면 잘 다듬어진 조경 패턴이 보인다. 해변 도로는 로열팜처럼 키 큰 야자수를 일정 간격으로 세워 선(line)을 만드는 방식, 주택가는 아레카팜으로 프라이버시 스크린을 만드는 방식, 도심 번화가는 워싱턴팜으로 수직적 분위기 강조, 공원에는 코코넛팜으로 휴양지 감성 강화. 같은 나무라도 장소에 따라 역할이 다르다.

결국 마이애미의 팜트리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다. 햇빛과 습도에 딱 맞는 생존능력, 도시의 휴양 이미지를 상징하는 조경 요소, 관광객이 사진 찍고 싶게 만드는 장식품, 그리고 때로는 허리케인 속에서 떨어지는 열매 때문에 골칫거리인 나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