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다코타 초원을 이야기하면 흔히 러시모어 대통령 얼굴조각이나 덩치 큰 바이슨을 떠올리지만, 그보다 오래 이 땅을 지켜온 존재는 다코타·라코타·나코타를 중심으로 한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이었습니다.

이들은 경전도 성당도 없이 자연 속에서 신을 만났습니다. 나무가 신이고 강이 신이며, 동물과 돌조차 영혼이 있다고 믿었죠.

믿으며 살았고, 자연과 계약하듯 조심스럽게 다루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자연을 존중하고 신을 믿어도 결국 총과 성경을 든 외부인들 앞에서 땅을 잃고 밀려났습니다. 믿음으로 지켜낸 삶은 때로는 너무 순해서 시대의 속도에 지지기도 했습니다.

다코타 지역의 종교는 자연과 억지로 분리할 수 없습니다. 하늘은 아버지, 대지는 어머니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자연은 곧 신성한 존재였고, Wakan Tanka라 부르는 위대한 영적 힘이 모든 생명과 연결된다고 여겼습니다.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단지 그 속에 속한 하나의 존재라는 생각. 그래서 사냥하기 전엔 사슴에게 허락을 구하고, 나무를 베기 전엔 이유를 말하며 감사했습니다.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이야기의 영감인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의 종교는 춤과 노래, 상징과 의식으로 이어졌습니다. 한 번 시작하면 며칠씩 이어지기도 했던 Sun Dance는 희생과 치유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가슴에 갈고리를 걸고 춤추며 해와 조상에게 기도하는 장면은 외부인의 눈엔 충격적일 수 있지만, 이들에게는 부족을 위해 고통을 바치는 가장 성스러운 기도였습니다.

Ghost Dance는 더 절박했습니다. 버팔로가 사라지고 땅을 잃어가던 시절, 조상이 돌아오고 세상이 회복되길 바라며 추던 춤. 희망이자 저항이었지만 정부는 이를 금지했고, 지도자는 체포되었습니다. 믿고 몸부림쳤지만 시대의 흐름은 잔인했습니다.


그들이 종교의식으로 했던 다양한 정화의식은, 세이지와 스위트그라스를 태워 연기로 나쁜 기운을 씻어내는 방식입니다. 지금은 힐링 트렌드처럼 소비되지만 정작 원주민들에게는 오랫동안 금지된 행위였습니다.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당시엔 금하고 탄압하더니, 이제 와서 모두가 향초처럼 즐기고 있으니까요.

책 대신 말로 이어진 문화도 있습니다. Sky Woman이 하늘에서 떨어져 땅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거대한 거북 등 위에 세상이 만들어졌다는 전설, 인간과 버팔로의 약속. 이런 이야기들은 종교이자 역사였고, 삶의 지침이었으며, 아이들에게 정체성을 물려주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영어만 강요된 기숙학교 시절 많은 이야기들이 끊겼습니다.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게 약점이었고, 글 없이 유지되던 종교는 시대의 압박에 쉽게 흔들렸습니다. 믿고 전해온 이야기가 억지로 꺾인 셈입니다.

성지도 마찬가지입니다. Bear Butte, Black Hills 같은 장소는 단순한 경치가 아니라 신과 소통하는 문이었습니다. 비전퀘스트라 불리는 수행을 위해 올라가는 언덕, 조상과 기도하던 암석, 전통 의식을 치르던 강가. 그러나 금광 개발과 국립공원 지정으로 성지는 국유지가 되었고 입장료 내고 들어가는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신성했던 공간이 지도상 관광 포인트가 되어버린 모습은 씁쓸합니다. 믿고 지키던 땅도 결국 자본과 정책 앞에서 밀려났습니다.

그렇다고 종교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1978년 인디언 종교 자유법이 통과되며 제한됐던 의식이 복원되고, 젊은 세대가 다시 언어를 배우고 춤을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잿더미 속에서 불씨를 주워 다시 살려내는 과정입니다. 예전처럼 크고 거창하진 않지만, 작고 조용하게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믿던 것에 의해 살았던 사람들이 밀려났지만 남은 이들은 여전히 기도합니다.

잃어버린 땅 위에서, 사라진 조상의 흔적을 붙잡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