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점 만점에 7점 줍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에 대한 솔직한 느낌은 바로 이 영화를 본 사람에 따라 반응이 극단적으로 갈릴 수밖에 없는 영화...라는것.

박찬욱 특유의 날카로운 블랙코미디 연출은 살아 있는데, 문제는 주인공이 처한 '어쩔 수 없는 상황'과 그 행동의 동기가 관객에게 충분히 납득되느냐는 점이다. 나는 영화보면서 내내 설정 자체는 어느정도 이해되지만 공감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느꼈고, 그래서 명연기들을 볼때마다 옷을 잘못 입은 배우를 보는것 같아서 내내 씁쓸한 웃음만 나왔다.

박찬욱 감독의 예전 작품들처럼 등장인물의 서사에 빠져들기보다는 일부러 재미없게 만든 것 같다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반대로 이 영화를 긍정적으로 본 쪽에서는 자동화와 구조 변화 속에서 밀려나는 중산층의 현실, 그리고 그 아이러니를 불편하게 드러내는 감독의 의도를 높이 평가한다고 한다.

깔끔하게 정리된 이야기보다는 일부러 어긋나게 배치한 연출을 통해 지금 시대의 답답함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시작부터 이 영화는 친절함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쪽을 택했고 그 선택이 누군가에겐 매력, 누군가에겐 아쉬움으로 남는다.

자극적인 이야기 재료를 들고 왔지만 어째 스토리가 매끈하게 흘러가지는 않는 영화다. 대신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이 그 부족한 부분을 끝까지 끌고 간다. 사이코패스와 살인이라는 소재는 익숙하지만 누가 봐도 이해되는 명확한 이야기보다는 블랙 코미디, 상징, 사람 마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데 더 집중한다.

그래서 보고 나면 "와 정말 재밌다"라고 말하기보다는 "묘하게 남는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잘 만들었냐고 물으면 뭐 나쁘진 않다고 하겠지만 절대로 주변사람들에게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해외 반응은 제82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프레스 시사회에서 괜찮았고, 국제 평론가들과 이탈리아 평론가 점수도 상위권이었다. 해외 평점 사이트 점수도 높은 편인데.... 어찌된 일인지 상을 받지는 못했다. 이건 완성도는 어느정도 인정받았지만 모두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영화는 아니라는 거라는 반증같다고 생각된다.


웃긴건 이 작품이 박찬욱 감독 영화 중에서 대중적인 편이라는 평가도 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가장 보기 편한 영화라는 말도 나왔고 감독도 흥행을 어느 정도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흥행 성적도 그냥 그렇저렇한 성적이다. 제작비 까먹는 흥행결과는 피했다지만 기대에 비해 남는 아쉬움이 이래저래 크다고 느껴진다.

영화를 보다보면 이야기가 한 방향으로 쭉 가지 않고 중간중간 생각하게 만든다. 인물의 감정이나 선택도 직접 설명하기보다는 화면 속 장면이나 분위기로 보여준다. 그래서 평론가들은 높게 평가하지만 편하게 보러 간 관객들 중에는 "왜 저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좋게 평가받는 장면도 분명 있다. 소리가 안 들리는 공간에서 인물들이 서로 엇갈린 대화를 하는 장면은 웃기면서도 기묘하다. 음악과 자막이 잘 어울려서 박찬욱 감독 특유의 블랙 코미디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장면만 보면 확실히 연출을 잘하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가장 많이 지적되는 부분은 주인공의 선택이다. 평범한 사람이 실직과 스트레스 때문에 살인까지 가는 과정이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너무 갑작스럽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오랜 시간 쌓인 분노와 자존심이 무너진 상황에서 폭발하는 감정이 아주 말이 안 되는 설정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내가 볼때 이병헌이 영화 속에서 살인을 능숙하게 하지 못하고 계속 흔들리는 모습은 오히려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재미만 놓고 보면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다. 결말도 시원하지 않아 더더욱 아쉽다. 그래도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 덕분에 흥행은 무난했고 손해는 안 봤지만, 더 잘 나올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 영화다.

그래도 영화 한편 다 보고 나서 생각할게 잔잔하게 계속 남는다는 점에서는 분명 박찬욱 감독다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