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샌프란시스코를 생각하면 지금이랑은 정말 다른 도시였다는 느낌이 든다. 그땐 거리를 걷다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졌고, 다운타운이나 마켓 스트리트를 친구들가 함께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잘 지나간 느낌이 들었다. 지금처럼 길마다 텐트가 늘어서 있지도 않고, 홈리스 문제가 심각하지도 않았다. 밤에도 지금처럼 긴장할 필요가 없었고 도시가 사람을 품어주는 느낌이었다.

그 시절 스타벅스 커피도 참 맛있었다. 그땐 매장마다 분위가가 달랐고 자리에 앉아 있으면 괜히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 같았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보는 재미도 컸다. 회사 배지를 목에 걸고 급하게 걷는 사람, 예술가처럼 보이는 청년들, 히피 같은 자유로운 차림의 사람들까지 다들 매력적으로 보였다. 샌프란시스코에 산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낭만처럼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렌트비가 비싸다는 말은 그때도 늘 나왔지만 그때는 자부심이 먼저였다. 집세가 비싸도 그걸 감당하면서 이 도시에 산다는 게 괜히 뿌듯했고 나도 모르게 어깨가 좀 펴졌다. 돈은 빠듯해도 얻는 게 분명히 있었다. 날씨, 풍경, 문화, 그리고 이 도시가 주는 정체성 같은 것들... 그때는 인터넷도 초창기여서 AOL이나 메신저같은 추억도 많이 있다.

주말이면 오션 비치에서 바닷바람 맞고, 골든게이트 파크에서 책 보다가, 미션에서 타코 먹고, 노스비치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지낸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라 그때는 소중한 줄도 몰랐다.

지금 샌프란시스코는 홈리스 텐트가 늘어선 거리, 예전 같지 않은 활기, 늘어나는 빈 사무실건물들, 장사안된다고 무거워진 매장 분위기. 이전과 같은 도시인데도 다른 분위기 일색이다.

그래서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립다. 스타벅스 커피가 괜히 더 맛있게 느껴지고, 사람들은 매력적이었고, 렌트비가 비싸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의 샌프란시스코.

그 도시는 분명 지금보다 훨씬 따뜻했고, 건강했고, 희망적인 곳이었던것 같다. 아무래도 과거를 회상하는것은 나이 든 자들의 특징이라던데 나는 50도 안되어서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