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가을이 되서 들리는건 주변 사람들의 결혼 소식이고, 회사에서는 누가 또 반지 자랑을 하고 SNS에서 알고 지내는 수준이던 친구가 갑자기 웨딩사진을 페북이나 인스타에 올린게 보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테크 회사 디자이너로 일하는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합니다. "회사에 남자가 그렇게 많은데... 왜 내가 좋아할 만한 남자는 단 한 명도 없는 걸까?"
출근하면 후드티에 청바지, 헤드폰 잔뜩 쓰고 모니터에 파묻힌 남자 직원들이 줄줄이 앉아 있는데, 다들 착하고 똑똑하고 일도 잘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스타일이 전부 '전형적인 nerd'에 가깝습니다. 물론 nerd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닌데, 문제는 마음이 살짝 흔들릴 만한 사람은 꼭... 게이라는 사실입니다.
이건 진짜 샌프란시스코 클리셰처럼 느껴질 정도로 정확합니다. 회사에서 유일하게 옷 잘 입고, 향기도 좋고, 말투도 부드럽고, 디자인 감각까지 좋은 남자가 있다? 잠깐 설레기라도 하면, 팀 런치 때 그의 남자친구가 나타나서 깨끗하게 현실 복귀가 됩니다.
이쯤 되면 우스울 정도죠. 심지어 어떤 날은 회의실에서 앉아 있는 팀 남자들을 쭉 훑어보면서 "여기서 이성적 매력이 느껴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라고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회사 분위기 자체가 워낙 진지하고 조용하고 nerd 에너지로 가득하다 보니 다들 코딩 이야기, 머신러닝 논문 이야기, GPU 가격 이야기만 하고 있고,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반갑게 웃어주는 대신 "음... UI 패턴 이슈는 해결됐을까요?" 같은 얘기만 나옵니다.
그런데 진짜 열받는 건 따로 있습니다. 우리 엄마는 나에게 전화 하면 "남자 좀 만나고 다녀라", "너 혼자 사는 거 이제 그만 지겹지 않냐"고 합니다. 문제는 내가 게으르고 아무 노력도 안 하고 손 놓고 있는 사람처럼 들린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서 회사일 하면서 정신 붙잡고 사는 게 어떤 건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처럼요.샌프란시스코는 도시 자체가 이미 체력을 다 빨아먹습니다. 출근길부터 빠르게 움직이느라 긴장하고, 회사 들어가면 하루 종일 끊임없는 회의와 Slack 알림, 데드라인과 실적 압박이 쏟아지고, 퇴근하면 말 한 마디도 하기 싫을 정도로 탈진합니다.
주말에는 밀린 집안일 처리하고 장보고 겨우 자기 에너지 채우고 끝입니다. 근데 그 와중에 언제 연애까지 감당하라는 건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내가 무슨 수퍼우먼도 아니고 30대 여자일 뿐인데 내가 특별하게 하루가 40시간인 것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샌프란시스코 데이팅 문화는 더 가관입니다. 매칭앱에서 만난 사람은 언제든 갑자기 사라지고, 메시지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뚝뚝 떨어집니다. 연애하고 싶죠. 결혼 싫은 것도 아니죠. 근데 지금 내 삶이 워낙 기계처럼 돌아가다 보니 누군가를 받아들일 공간이 진짜 없습니다.
부모님은 그런 현실은 모르고 "이 나이에 안 만나면 언제 만나냐"라고 반복하는데, 그 말이 애정인지 잔소리인지 알면서도 듣는 입장에서는 괜히 자책하게 되고 화도 납니다. 시간 없어서 못 만나는 건데, 왜 마치 게을러서 안 하는 사람처럼 몰아붙이는 건지 이해가 안 됩니다.
하지만 솔직히 내 속도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 커리어에 자부심도 있고, 혼자 있는 시간도 소중하고, 지금 이 삶을 싫어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버거울 뿐이고, 그걸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자주 말합니다. "나는 늦은 게 아니라, 나한테 맞는 타이밍을 준비 중인 거야."
세상이 정한 속도에 억지로 맞추면 결국 내가 무너질 뿐이고, 내 삶은 내가 감당하며 살아야 하니까요.


다코타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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