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사데나에 살면서 개를 키울까 말까 고민의 연속이었다.
내가 사는 타운하우스 집 크기, 산책 시간, 털 날림까지 하나하나 따져보면 쉽게 결정을 못 한다. 그러다 결국 데려오게 된 게 허스키였다. 친구가 허스키 부부를 키우다보니 새끼를 6마리나 낳아서 이쁜 암컷으로 입양을 했다.
지금은 세 살되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가끔은 이 선택이 맞았나 싶다가도 하루에 열두 번은 웃게 만드는 존재다.
흔히들 허스키는 말 안 듣고 사고만 치는 개라고 하는데, 같이 살아보면 그게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너무 영리해서 생기는 문제라는 걸 금방 알게 된다.
이 녀석은 장난기가 유난히 많다. 내가 신발을 신으려고 하면 꼭 그 순간에 와서 신발 끈을 물고 도망간다. 일부러라는 걸 아는 이유는, 내가 쳐다보면 힐끔거리면서 꼬리를 살짝 흔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허스키 특유의 어우어우 소리. 이게 그냥 짖는 게 아니라, 진짜 불평이다. 산책이 늦어지면 어우어우, 밥이 마음에 안 들면 어우어우, 비 오는 날 나가기 싫으면 또 어우어우. 가끔은 사람이 투덜대는 것처럼 억양까지 있다.
신기한 건, 이 불평이 꽤 논리적이라는 점이다. 평소보다 산책 시간이 짧았던 날엔 집에 들어오자마자 길게 한 번 운다. 마치 오늘은 이게 맞냐고 따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허스키는 말을 못 할 뿐, 생각은 꽤 많이 하는 동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에서 허스키가 멍청하다는 농담을 볼 때마다 혼자 웃는다. 같이 살아보면 절대 그런 말 못 한다.
요즘 내 작은 낙은 눈 소식이 들리는 날이다. 파사데나에는 눈이 안 오니까, 빅베어나 마운틴하이 쪽에 눈이 내렸다는 소식만 들리면 바로 차에 오른다. 뒷좌석에 허스키를 태우고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이미 설렌다.
녀석은 차에 타자마자 창밖을 보며 어우어우를 연발한다. 이번엔 불평이 아니라 기대에 찬 소리다.
눈밭에 도착하면 허스키는 완전히 다른 개가 된다. 눈 위를 미친 듯이 뛰어다니고, 얼굴을 파묻고, 온몸으로 굴러다닌다. 그걸 보고 있으면 내가 억지로 도시 생활에 끼워 맞춰 키우고 있던 게 아니라는 안도감이 든다. 이 개는 원래 이런 곳에서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게 느껴진다. 눈 덕분에 나도 덜 미안해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둘 다 조용해진다. 허스키는 지쳐서 잠들고 나는 운전대를 잡고 오늘 하루를 곱씹는다.
털은 여전히 많이 빠지고, 장난은 여전하고, 불평도 줄지 않는다. 그래도 이제는 안다.
허스키는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 너무 좋아서, 생각이 많아서 탈이라는 걸.
앞으로도 눈왔다는 뉴스만 뜨면 나는 또 차 키를 들고 눈산입구까지 운전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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