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니를 빛낸 이야기들, 이 도시 문화가 남긴 흔적 - Downey - 1

다우니라는 도시는 한국사람들에게는 약간 애매한 곳이다. 아주 교외지역도 아니고 도심부도 아니다.

헷갈리는 이유는 위치 때문이다. 다우니는 LA 카운티 남동쪽 끝 쪽에 붙어 있어서 바로 아래쪽이 Orange County다.

차로 조금만 내려가면 경계가 OC로 바뀌니까 생활권이 겹쳐 보인다. 실제로 출퇴근이나 쇼핑, 생활 패턴은 오렌지카운티랑 섞여 있는 느낌이 꽤 있다.

그래서 체감상 "거의 오렌지카운티 아니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세금, 행정, 경찰, 학교 시스템 이런 건 전부 LA 카운티 기준으로 돌아간다.

부동산이나 학군 이야기할 때도 완전히 다르게 취급된다.

그래서 더더욱 "LA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느낌이 나는 동네다. 화려하게 자랑하는 것도 없고, 관광지처럼 포장도 잘 안 돼 있다.

그런데 "나 다우니 출신이야"라고 하면 반응이 애매하다가, Karen Carpenter 얘기 나오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

사실 다우니가 크게 이름을 남긴 건 바로 The Carpenters 이야기다. 카렌과 Richard Carpenter 형제는 이 동네에서 자라면서 음악을 시작했다.

평범한 고등학교 다니고, 지역에서 공연하던 애들이었는데, 나중에는 전 세계를 돌면서 "Close to You" 같은 노래로 시대를 대표하는 목소리가 됐다.

나중에 카렌 카펜터의 죽음은 단순한 스타의 비극이 아니라, 거식증이라는 문제를 사회적으로 끌어올린 사건이기도 했다.

이 도시가 음악만 있는 것도 아니다. 조금 더 스케일 크게 보면, 미국 우주 역사에서도 다우니는 빠지지 않는다.

아폴로 달 착륙선이랑 우주왕복선 일부가 여기서 만들어졌다. 한마디로 말하면, 달까지 간 기술의 출발점 중 하나다.

그래서 "Future Unlimited" 같은 슬로건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지금은 Columbia Memorial Space Center 같은 곳이 그 흔적을 이어가고 있는데, 막상 가보면 화려하다기보다 담담하게 과거를 보여준다.

그리고 의외로 음식 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미국 하면 패스트푸드 떠올리는 사람 많은데 그 흐름 속에 다우니가 은근히 역사가 많이 남아 있다. 엄청 대놓고 홍보하진 않지만, 음식 역사 다큐나 잡지 보면 이 도시 이름이 슬쩍슬쩍 나온다.

사람으로 보면 더 재미있다. James Hetfield, Kerry King 같은 록 뮤지션부터, 패러디 음악으로 유명한 Weird Al Yankovic, 그리고 타이타닉을 찾아낸 해양 탐사자 Robert Ballard까지 전혀 다른 분야 사람들이 다우니에서 나왔다.

결국 다우니는 겉으로 보면 조용하다. 화려하게 꾸미지도 않고, "우리 이런 도시야" 하고 떠들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 일상 밑에 음악도 있고, 우주도 있고, 음식 문화도 있고, 사람 이야기도 다 깔려 있다.

그래서 이 도시는 한 번에 이해되는 타입이 아니다. 가볍게 보면 그냥 스쳐 지나가고, 조금만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존재하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