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면 뉴욕의 고층 빌딩이나 캘리포니아의 해변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미국 땅의 상당 부분은 사막지대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저도 처음 미국 서부를 여행하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아니, 사막은 사하라 같은 아프리카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미국에도 이렇게 황량한 풍경이 펼쳐져 있다고?" 하는 의문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가까이 가서 보면 미국 사막은 아프리카 사막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먼저 아프리카 사막을 떠올려 보면,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 그리고 바람에 휘날리는 모래 폭풍 같은 이미지를 상상하잖아요. 영화에서나 교과서 사진에서 본 사하라 사막은 말 그대로 "모래의 바다" 같아요. 하지만 미국의 사막은 꼭 그런 모습만 있는 게 아니에요.

미국의 대표적인 사막들인 모하비 사막, 소노라 사막, 그레이트 베이슨 사막, 치와와 사막 같은 곳들은 대부분 바위와 돌, 그리고 가시 많은 선인장이 가득한 풍경을 보여줍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언덕보다는 울퉁불퉁한 바위산과 건조한 흙, 그리고 독특하게 자라는 식물들이 주인공이죠.

특히 제가 인상 깊었던 건 모하비 사막이에요. 이곳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몇 시간만 차를 몰아가면 도착할 수 있는데, 도로 양옆으로 늘어선 조슈아 트리(Joshua Tree)라는 신기한 나무가 사람을 압도합니다.

마치 외계 행성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거든요. 해가 지는 시간에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에 서 있으면, 붉게 물든 하늘 아래 희한하게 생긴 선인장 나무들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지고, 그 순간만큼은 지구 어딘가가 아니라 다른 세계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요. 아프리카 사막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죠.

또 소노라 사막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이곳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따라 펼쳐져 있는 넓은 사막인데,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보던 거대한 선인장, 사구아로(Saguaro)가 자라는 곳이에요. 높이가 10미터가 넘는 이 선인장들은 두 팔을 들고 하늘을 향해 인사하는 것처럼 생겨서, 보는 사람마다 웃음을 자아냅니다. 아프리카 사막에서는 이런 "만화 같은 선인장 풍경"을 상상하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미국 사막을 보면 의아해지면서도, 또 묘하게 친근한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미국 사막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색감"이에요. 아프리카의 사막은 노란빛 모래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단조로운 색감이라면, 미국 사막은 빨강, 갈색, 심지어 보라색 바위까지 다양한 색깔을 자랑합니다.

특히 애리조나의 "페인트드 데저트(Painted Desert)"는 이름 그대로 마치 거대한 캔버스에 누군가 붓으로 색을 칠해놓은 듯한 풍경이에요. 멀리서 바라보면 층층이 쌓인 붉은 바위와 흙이 햇빛에 따라 색이 변하면서, 살아 움직이는 그림을 보는 듯합니다. 아프리카 사막에서는 이런 화려한 색의 향연은 쉽게 보기 어렵죠.

사막이라고 해서 모두 똑같이 뜨겁고 황량하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미국 사막에는 밤이 되면 기온이 뚝 떨어지고, 별빛이 쏟아지듯 하늘을 뒤덮습니다. 도시 불빛이 없는 덕분에 사막에서 보는 은하수는 정말 장관이에요.

저는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서 별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의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아프리카 사막의 별빛도 아름답겠지만, 미국 사막에서 만나는 은하수는 또 다른 낭만을 안겨줍니다.

사실 아프리카와 비교했을 때 미국 사막이 주는 의아함은, "사막 = 모래"라는 고정관념을 깨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미국 사막은 생각보다 식물도 많고, 바위도 많고, 색감도 다채롭습니다. 그래서 처음 보면 "이게 사막 맞아?" 싶은 순간이 오지만, 조금만 둘러보면 그 매력에 빠지게 되죠.

미국 서부 여행을 계획하는 분이라면, 꼭 한 번쯤은 사막을 직접 걸어보길 추천하고 싶습니다. 단, 물은 충분히 챙기셔야 해요.

아프리카의 사막이 웅장한 모래의 바다라면, 미국의 사막은 생명과 색깔이 숨 쉬는 거대한 갤러리 같은 곳이에요.

서로 다르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사람을 매료시키는 힘이 있죠. 저는 여전히 덴버에서 사막까지 몇 시간 차를 달려야 하지만, 가끔 그 황량하면서도 신비로운 풍경이 그리워집니다.

아프리카 사막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품은 미국 사막, 그 의아함 속에 진짜 재미가 숨어 있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