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하고 나서 강아지 한 마리 들이려는 분들, 입양 서류에 사인하기 전에 꼭 계산기부터 두드려 보세요. 사랑만으로는 십 년 넘는 돌봄을 버틸 수 없거든요.
요즘 주변에서 비슷한 얘기를 정말 자주 들어요. 애들 다 키워 내보내고 집이 너무 조용하니까 강아지나 고양이를 데려오고 싶다는 거죠.
저도 그 마음 너무 잘 알아요. 반려동물이 주는 위로는 진짜예요.
그런데 왜 계획이 먼저인지 말씀드릴게요. 왜냐면 은퇴 후에는 수입이 고정되는데, 동물의 병원비는 고정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AARP가 소개한 ASPCA 추정치를 보면, 개나 고양이를 처음 데려온 첫해에만 1,100달러에서 3,200달러가 든다고 해요. 중성화 수술, 용품, 사료, 훈련 같은 비용이 다 들어간 금액이에요.
처음 이 숫자 보고 저도 좀 놀랐어요. 소셜시큐리티 연금 받아서 생활하는 입장에서는 결코 작은 돈이 아니잖아요.
게다가 첫해가 끝이 아니에요. 사료와 예방약은 매달 나가고, 나이 든 동물일수록 병원 갈 일이 늘어나요.
여기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게 하나 있어요. 메디케어는 사람을 위한 의료보험이라서 동물 병원비는 한 푼도 보장하지 않아요.
예방접종, 치석 치료, 혈액검사 같은 것도 다 자기 돈으로 내야 해요. 나이 든 동물은 이런 검사가 한 해에 몇 번씩 필요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동물 쪽 의료비는 완전히 별도 예산으로 잡아야 해요. 저라면 생활비 통장과 따로 작은 반려동물 비상금 통장을 하나 만들겠어요.
펫 보험도 한번 알아볼 만해요. 쉽게 말하면 사람 실손보험처럼 갑작스러운 수술비를 나눠 지는 상품인데, 건강할 때 가입해야 조건이 좋아요.
다만 이미 앓고 있는 병, 이른바 기왕증은 대부분 보장에서 빠져요. 가입 전에 약관에서 제외 항목부터 읽어 보세요.
돈 다음으로 꼭 생각할 게 내 몸이에요. 이건 듣기 싫어도 말씀드려야 해요.
CDC가 2009년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에서 개와 고양이와 관련된 낙상으로 응급실에 간 사람이 해마다 평균 86,629명이었어요. 그중 88%가 개와 관련된 사고였고요.
같은 보고서에서 75세 이상은 이런 부상 비율이 거의 두 배로 높았다고 해요. 산책 중에 줄에 걸리거나, 발밑에 있던 고양이를 못 보고 넘어지는 경우가 흔하대요.
그렇다고 키우지 말라는 얘기가 절대 아니에요. 힘이 센 대형견보다 차분한 성견이나 고양이처럼, 내 체력에 맞는 동물을 고르자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어린 강아지보다 보호소에 있는 나이 든 동물을 권하고 싶어요. 성격이 이미 드러나 있어서 우리 생활 리듬과 맞는지 미리 볼 수 있거든요.
LA 카운티 동물보호소도 과거에 60세 이상 입양자에게 시니어 동물 입양비를 할인해 주는 행사를 한 적이 있어요. 이런 행사는 시기마다 달라지니 카운티 동물보호소 웹사이트나 전화로 지금 진행 중인 게 있는지 꼭 물어보세요.
여행 계획도 미리 생각해 두세요. 손주 보러 한국이나 다른 주에 갈 때 맡길 곳이 없으면 펫시터나 보딩 비용이 따로 들어요.
이제 제일 어려운 얘기를 할게요. 내가 아프거나 먼저 떠나면 이 아이는 누가 돌보나요?
보호소에 들어오는 동물 중에는 주인이 병원에 입원하거나 세상을 떠나서 갈 곳을 잃은 아이들이 있어요. 계획이 없으면 그 사랑이 결국 동물에게 상처로 돌아가요.
캘리포니아에는 반려동물 신탁, 영어로 펫 트러스트라는 제도가 있어요. 주 유언검인법(Probate Code) 15212조가 동물 돌봄을 위한 신탁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어요.
쉽게 말하면 내가 없을 때 이 아이를 돌볼 사람과 그 비용을 미리 정해 두는 문서예요.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 지켜볼 사람도 지정할 수 있어요.
신탁까지는 부담스럽다면 최소한 돌봐줄 가족이나 이웃과 미리 약속하고 적어 두세요. 비상 연락처 카드를 지갑에 넣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다만 신탁이나 유언 같은 문제는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르니 꼭 전문가와 확인하세요. 재산 규모나 가족 관계에 따라 맞는 방법이 달라지거든요.
저는 이 문제를 개인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도 아쉬워요. 저소득 어르신을 위한 저렴한 동물병원이나 사료 나눔 같은 지원이 지역마다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반려동물이 외로움을 덜어 주는 건 결국 지역사회 전체의 건강과도 이어지는 일이니까요. 교회나 한인 단체에서도 이런 정보를 좀 더 나눠 주면 좋겠어요.
정리하면 순서는 간단해요. 예산을 잡고, 내 체력에 맞는 동물을 고르고, 나 없을 때의 계획까지 세우는 거예요.
이 세 가지를 먼저 해 두면 반려동물과의 은퇴 생활은 훨씬 든든해져요. 계획은 사랑을 줄이는 게 아니라 사랑을 끝까지 지켜 주는 방법이에요.
입양을 고민 중이시라면 이번 주말에 노트 한 장 펴고 한 달 예산부터 적어 보세요. 그게 그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첫 번째 선물이에요.

살흰애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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