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30대초에 미국 이민을 결심했는데 뉴저지에서 갈때만해도 미국하면 끝없이 뻗은 고속도로, 엄청난 크기의 마트 주차장, 비슷비슷한 모양의 교외 주택들을 상상했었다.
하지만 매사추세츠 보스턴으로 이사와서 10년넘게 살아보니 그때 상상했던 미국 이미지가 얼마나 단순한 생각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일단 매사추세츠 이곳은 미국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라에 들어온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미국이 만들어지기 전의 공기와 오늘의 미국이 같은 거리에서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스턴 비컨 힐을 걷다 보면 붉은 벽돌 건물 사이로 가스등 불빛이 흔들리고, 그 아래에서는 18세기의 시간이 지금도 이어지는 듯하다.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만큼 좁은 골목길과 울퉁불퉁한 돌길은 불편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그 불편함을 역사라는 자부심으로 받아들인다.
자유의 길을 따라 이어지는 오래된 집들과 펍, 독립을 꿈꾸던 사람들의 흔적은 이 도시가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개념이 태어난 자리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매사추세츠에서는 새것보다 오래된 것이 주는 묵직한 가치가 더 크게 느껴진다.
이 주를 정의하는 또 하나의 단어는 지성이다. 하버드와 MIT가 있는 캠브리지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강의실처럼 느껴진다. 카페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대화 주제가 우주의 기원이나 신약 개발일 때도 드물지 않다. 지식과 연구, 토론이 일상의 공기처럼 흐른다.
하지만 그 차가운 지성 위에는 이상하게도 따뜻한 낭만이 얹혀 있다. 찰스 강을 따라 달리는 사람들의 숨소리, 가을이면 온 도시를 붉게 덮는 단풍, 겨울이면 세상의 소리를 삼켜 버리는 눈처럼.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미국식 단순함과 효율성은 매사추세츠 앞에서는 조금 힘을 잃는다. 이곳은 복합적이고, 고집스럽고, 쉽게 정의되지 않는다. 유리로 된 현대식 빌딩 옆에 300년 된 교회가 서 있고, 보스턴의 세련된 도시 풍경과 케이프 코드의 소박한 어촌 마을이 한 주 안에서 공존한다. 사람들 또한 처음에는 차갑고 무심해 보이지만 관계가 쌓이면 깊고 오래 간다.
매사추세츠에서 산다는 것은 과거와 미래 사이의 팽팽한 긴장 위에서 하루를 사는 일이다. 독립전쟁의 역사가 깃든 펍에서 오늘의 정치 이야기를 나누고, 수백 년 된 돌길 위에서 최신 기술이 담긴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일상이 자연스럽다.
이곳은 미국이 단순히 넓은 나라가 아니라 깊은 나라라는 걸 보여 준다. 미국이 다 비슷하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나는 주저 없이 매사추세츠의 가을 거리를 걸어 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곳에서 전혀 다른, 가장 깊은 미국의 얼굴을 보게 될 테니까.
매사추세츠에서의 하루는 늘 같은 질문을 던진다. 지금 나는 어떤 시간을 살고 있는가. 빠르게 변하는 세상 한가운데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붙잡고 싶다면, 이 투박하면서도 우아한 주가 주는 감각에 자연스럽게 끌리게 된다.
나 역시 오늘도 그 묘한 경계 위에서, 이 땅이 들려주는 오래된 이야기와 새로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가고 있다.


철이와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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