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는 미국 시민권자인데 부모는 불체자… 세금 환급 어떻게 되나 - Dallas - 1

달라스에 살다 보면 주변에서 이민 신분은 없지만 세금은 꼬박꼬박 내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을 생각보다 자주 보게 됩니다.

특히 부모는 서류미비자인데 아이들은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자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 가정이라면 이번에 나온 IRS 세금 환급 규정안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무부와 IRS가 8월 19일 새로운 규정을 제안했는데, 차일드 택스 크레딧(CTC), 근로소득 세액공제(EITC), 미국 기회 세액공제(AOTC), 입양 세액공제 등 4가지 세액공제의 환급 부분을 연방 공공혜택으로 보겠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액공제 자체를 전부 없애겠다는 얘기는 아니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세금을 계산해 보니 연방 소득세로 2,000달러를 내야 하는 사람이 있고 세액공제를 4,000달러 받을 수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조건을 충족하면 세금 2,000달러를 없애고 남은 금액의 일부를 환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새 규정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 남는 환급 부분입니다.

재무부는 이것을 단순한 세금 정산이 아니라 정부가 지급하는 연방 공공혜택으로 보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 시민권자나 미국 국민, 또는 법에서 정한 qualified alien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은 이 환급 부분을 받을 수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영주권자, 난민이나 망명 승인을 받은 사람 등은 qualified alien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모는 불체자인데 자녀가 미국 시민권자라면 어떻게 될까요? 이 부분이 아마 한인 이민자 가정에서 가장 궁금할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시민권자라는 사실만으로 서류미비자인 부모가 자동으로 환급 자격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규정안은 환급을 청구하는 납세자 본인의 자격을 따집니다. 즉 아이가 미국 시민권자라도 세금보고를 하는 부모가 규정상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면 환급 부분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 아이가 미국 시민이니까 Child Tax Credit 환급도 당연히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기 어려워진다는 겁니다.

반면 부부 공동 세금보고는 중요한 예외가 있습니다.

부부 가운데 한 명이 미국 시민권자, 미국 국민 또는 qualified alien에 해당한다면 공동 세금보고에서 환급 부분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안에 예외가 들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편은 서류미비자이지만 아내가 미국 시민권자이고 부부가 공동으로 세금보고를 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부 모두 서류미비자이고 자녀만 미국 시민권자라면 아이의 시민권만으로 부모의 환급 자격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게 실제 생활에서는 꽤 큰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달라스에서 아이 둘, 셋 키우면서 식당이나 건설, 청소,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저소득 이민자 가정을 생각해보면 세금 환급으로 몇천 달러를 받는 돈은 단순한 보너스가 아닙니다. 자동차 수리비가 되기도 하고 밀린 렌트나 전기료를 내기도 하고 아이들 옷이나 학용품을 사는 돈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규정이 확정되면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일을 하고 세금보고도 하지만 이민 신분 때문에 qualified alien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정이 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기억해야 할 게 있습니다.

현재 이것은 확정된 법이 아니라 proposed regulations, 즉 규정안입니다. 최종 규정이 어떤 모습으로 확정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합니다. IRS 설명에 따르면 최종 규정이 발표될 경우 그 발표일 이후 종료되는 과세연도부터 적용하도록 제안되어 있습니다.

결국 시민권자인 아이를 키우는 서류미비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의 시민권과 부모의 세금 환급 자격은 별개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커진 것입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서류미비 이민자라도 일을 하고 세금을 신고하는 경우가 많았고, 미국 시민권자인 자녀가 있는 가정은 여러 세금 규정을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규정안은 그 가운데 현금으로 돌아오는 refundable credit을 이민 신분과 직접 연결시키려는 변화입니다.

달라스처럼 이민자 가족이 많은 도시에서는 이 문제가 생각보다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종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내 주변의 평범한 이민자 가정들이 매년 세금보고 시즌에 받던 환급액부터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