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점심시간, 늘 가는 단골 바비큐집에서 자주먹는 메뉴를 시켰다. 바비큐 콤보와 콜라 그리고 샐러드컵까지.

평소처럼 고기 잔뜩 얹힌 접시를 받아 맛있게 점심을 먹어서 만족이었는데... 계산서를 보니 팁까지 해서 딱 28달러. 요즘 물가가 워낙 올라서 어째 혼자 먹은 한 끼 치고는 좀 과한 기분이 들었다.

근데 더 무서운 건 그 다음 생각. 이걸 한 달만 계속 먹어도 몇 백 달러가 훅 날아가는 거고, 1년이면 적지않은 돈이 나간다는거다. 그 순간 머릿속에 갑자기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평생 얼마나 벌고 죽을까?"

별생각 없이 시작한 질문이었지만, 생각할수록 좀 심각해졌다.

지금까지 얼마나 벌었고, 앞으로 얼마나 더 벌 수 있을까. 그리고 그걸 다 쓰고 나면 과연 내 손에, 내 인생에, 남는 건 뭐가 있을까.

보통 미국에서 일하는 나이를 18세부터 65세까지로 잡는다. 평균 연봉이 6만 5천 달러라고 하니까, 곱하면 305만 달러. 숫자로 보면 꽤 괜찮은 인생이다. 이런 평균치는 통계라는 게 그렇듯이, 평균이라는 건 양쪽 끝단을 잘 섞어서 만들어낸 숫자지 누구 하나의 실제 모습은 아니다. 미국에는 워낙 고소득자들도 많고 빈민층도 많아서 우리같은 사람들이 느낄수 있는 평균값이 안나온다.

누가 고졸수준으로 실직한번 안당하고 18세부터 65세까지 일할수 있나? 있어도 정말 찾기 힘든 극소수일거다. 그래서 평균치의 함정은 늘 우리를 혼동스럽게 만들게 하는것 같다.

그건 그렇고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벌었을까. 올해로 자영업한 지 16년째다. 이 바닥은 수입이 들쭉날쭉하지만, 대충 계산하면 지금까지 벌어들인 돈이 100만 달러는 되는것 같은데 통장 잔고를 보면... 그 금액의 20분의 1도 남아 있지 않다. 이 돈들이 어디 갔을까?

생각해보면 세금먼저 내고, 렌트비 공과금, 자동차 유지비, 식비, 외식비, 쇼핑, 보험료, 병원비, 그리고 어쩌다 한 번씩 터진 목독나가는 경조사 같은일들. 안 써도 되는 돈도 참 많이 썼다.

'그때 안 했어도 됐을 텐데' '그때 그렇게까지 돈 쓰지 않았어도 됐을 텐데'싶은 것들이 수두룩하다.

사는게 그렇지만 이런 생각하니 좀 씁쓸하긴 했다.

게다가 미국 사람들의 은퇴할때 자산 평균 정보를보니 전체 평균은 약 33만 달러 수준이고, 중간값은 8만~9만 달러 남짓.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은퇴할 때 Social Security, 그러니까 정부 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Social Security에서 나오는 월 평균 금액은 약 1,975달러 라서 1년 평균 24,000달러. 지금 미국 생활비 감안하면, 그걸로는 집 렌트 내기도 빠듯한 금액이다. 결국 자산이 없으면 은퇴하면 빈민층 소득으로 떨어져서 파트타임 뛰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도 이제는 생각을 바꿨다. 더 늦기 전에, 한 달 수입에서 10%는 무조건 저축이나 투자 쪽으로 따로 떼어놓기로 했다. 요즘은 개인형 퇴직연금(IRAs)이나 다른 연금상품도 하나씩 알아보는 중이다. 늦은 것 같아도, 지금 시작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믿는다.

살다 보면 돈 버는 데만 정신이 팔려서, 정작 그 돈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는 잘 안 보게 된다.

근데 언젠가는 계산서를 받아들고 멍해지는 순간이 온다. 나처럼 말이다.

"어? 이렇게 오래 일했는데 왜 통장엔 이 모양이지?" 싶은 사람, 생각보다 많을 거다.

그래서 가끔은 이런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는 평생 뭘 벌었고, 뭘 남겼나?"

돈만 얘기하는 건 아니다. 시간, 경험, 관계, 건강, 이 모든 게 자산이다. 중요한 건 버는 인생이 아니라, 남기는 인생이라는 걸 잊지 않는 거다.

남는 게 있어야 그게 진짜 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