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주에 있는 캠든(Camden)은 정말 '조용한 여름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곳이었습니다.
와이프와 아이들을 데리고 잠시 도시의 소음을 벗어나고 싶어 무작정 북쪽으로 차를 몰았죠. 작은 해안 마을, 캠든. 바다가 보이는 길로 들어서자 창문 너머로 짭조름한 바람 냄새가 밀려왔고, 아이들이 창문을 내리며 "바다 냄새 난다!"라며 신나게 외쳤습니다. 그렇게 캠든과의 첫 만남이 시작됐습니다.
캠든은 인구 5천 명 남짓한 소도시지만, 여름철에는 뉴잉글랜드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 중 하나로 변합니다.
항구에는 요트들이 빼곡히 정박해 있고, 항만가엔 작은 카페와 수제 아이스크림 가게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첫날은 그냥 아무 계획 없이 마을을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캠든 하버 파크(Camden Harbor Park)를 따라 걷다 보니 하얀 돛단배들이 햇살에 반짝이고, 해변 근처 잔디밭에는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피크닉을 즐기고 있더군요.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비눗방울을 날리고, 와이프는 커피 한 잔을 들고 "이런 게 진짜 휴가지"라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저도 그 말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도시에서는 늘 바쁘게 움직이던 몸이 이곳에 오니 느슨하게 풀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둘째 날은 캠든 힐스 주립공원(Camden Hills State Park)에 올랐습니다.
이곳의 명물인 마운트 배티(Mount Battie)는 높이가 400미터도 안 되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정말 압도적입니다. 푸른 항구와 섬들이 점점이 떠 있는 펜옵스콧 만(Penobscot Bay)이 한눈에 내려다보였고, 멀리 등대까지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산 위에서 "저기 우리 배 있었던 항구잖아!" 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와이프는 "이런 풍경은 사진보다 눈으로 봐야 돼"라며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작은 야생 블루베리를 발견해 아이들과 함께 따먹었는데, 시큼달콤한 맛이 메인 여름의 상징 같았습니다. 오후에는 항구 근처에서 세일링 투어를 예약했습니다. 오래된 목재 세일보트에 올라 바다로 나가니,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갈매기들이 머리 위를 맴돌았습니다.
선장이 캠든의 역사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이 마을이 한때 조선업으로 번성했으며 지금은 요트 제작과 해양 관광으로 다시 살아났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은 키를 잡아보겠다고 나섰고, 선장은 웃으며 "리틀 캡틴!"이라고 부르며 잠시 배를 맡겼습니다.
저녁에는 마을 중심에 있는 워터프런트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신선한 랍스터 롤과 클램 차우더, 그리고 지역 맥주 한 잔. 메인주에 오면 꼭 맛봐야 한다던 메뉴들이었죠. 랍스터의 달콤함이 입안에 퍼지자 "역시 현지에서 먹는 게 최고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와이프는 새우 파스타를 시켰는데, 파스타 위에 얹힌 해산물이 너무 신선해서 따로 간이 필요 없을 정도였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항구를 걸으며 노을을 봤습니다. 붉게 물든 하늘 아래 요트들의 돛대가 그림처럼 서 있었고, 잔잔한 물결에 노을빛이 반사되어 반짝였습니다. 와이프는 제 팔에 팔짱을 끼며 "이런 곳에 별장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도심에서 일상에 치이며 살다가 이런 풍경을 보고 나니, 왜 사람들이 캠든을 '보석 같은 마을'이라 부르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작은 베이커리에서 따뜻한 블루베리 머핀과 커피를 사서 공원 벤치에 앉았습니다. 주변에는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책을 읽는 노부부, 그리고 자전거를 타는 청소년들이 여유롭게 움직이고 있었죠. 이곳에서는 모두가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시간마저 천천히 흐르는 듯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아이들이 "다음엔 또 여기 오자!"라며 아쉬워했을 때, 저도 마음속으로 그렇게 다짐했습니다. 캠든은 화려한 리조트도, 대형 쇼핑몰도 없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소박한 행복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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