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프링필드에서 아침 일찍 산책을 나갔다가 집에 와서 보니까 팔뚝에 모기 물린 자국이 세 개나 생긴 적이 있어요.
그때 느꼈습니다. 버지니아 여름은 더위보다 벌레가 더 문제일 수도 있겠구나 하고요.
특히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분들은 모기는 익숙해도 tick, 그러니까 진드기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경우가 많아요. 한국에서도 진드기가 있지만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진드기 때문에 Lyme disease를 걱정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Northern Virginia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우선 모기는 대략 5월부터 10월까지 많이 활동합니다. Springfield 주변에는 Lake Accotink, Lake Mercer, Pohick Creek처럼 물이 있는 곳이 많고 나무와 공원도 많아서 모기가 살기 좋은 환경이에요. 저녁에 공원 벤치에 잠깐 앉아 있어도 어느새 다리에 몇 군데 물려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제는 미국에서는 모기를 단순히 가려운 벌레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West Nile Virus를 옮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버지니아에서도 감염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어요. 물론 모기에 한번 물렸다고 큰일 나는 건 아니지만, 여름에 야외 활동을 많이 한다면 DEET나 picaridin 성분이 들어간 방충제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제가 오히려 한국 사람들에게 더 이야기해주고 싶은 건 tick이에요. Northern Virginia에는 숲과 트레일이 정말 많잖아요. 그런데 나무가 많은 곳이나 키 큰 풀밭을 걷다 보면 진드기가 옷이나 피부에 붙을 수 있습니다.
이 진드기가 Lyme disease를 옮길 수 있어요. Rocky Mountain spotted fever 같은 질환도 있고요. 특히 Lyme disease는 미국 동북부와 Mid-Atlantic 지역에서 많이 신경 쓰는 질환이라 버지니아에서도 조심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한국 사람이 특별히 더 잘 걸리는 건 아닙니다. 인종이나 한국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Lyme disease에 더 취약하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결국 어디에서 얼마나 야외활동을 했는지, 진드기에 물렸는지, 물린 진드기가 얼마나 오래 붙어 있었는지가 더 중요해요.
다만 한국에서 온 분들이 상대적으로 위험할 수 있는 부분은 이런 생활 습관을 잘 모른다는 겁니다. 한국에서는 공원 산책하고 돌아와서 온몸에 진드기가 붙었는지 검사하는 습관이 거의 없잖아요. 여기서는 숲이나 풀밭을 다녀왔다면 샤워하면서 겨드랑이, 허리 주변, 무릎 뒤, 사타구니, 귀 뒤와 머리카락 주변까지 한번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긴 바지를 입고 바지 끝을 양말 안으로 넣으면 보기에는 좀 그렇지만 효과는 있어요. 특히 아이들이나 강아지와 트레일에 갔다 왔다면 더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진드기에 물린 뒤 과녁처럼 퍼지는 발진이 생기거나 발열, 두통, 몸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그냥 감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고요.
그리고 가을이 되면 또 다른 녀석이 나타납니다. Brown Marmorated Stink Bug, 흔히 stink bug라고 부르는 갈색 노린재예요. 이건 정말 Mid-Atlantic 지역의 가을 손님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사람을 공격하거나 심각한 질병을 옮기는 벌레는 아니지만 집 안으로 자꾸 들어오는 게 문제예요.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한 곳을 찾아 창문이나 문틈으로 들어옵니다. 더 골치 아픈 건 잡겠다고 눌러 죽이면 이름 그대로 냄새가 난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벌레 하나만 봐도 난리를 치는데 여기서 몇 년 살다 보면 휴지 한 장 들고 아무렇지도 않게 처리하게 됩니다. 결국 스프링필드의 여름과 가을을 편하게 보내는 방법은 간단해요. 모기약 하나 준비하고, 숲에 다녀오면 진드기 확인하고, 가을이 오기 전에 창문과 문틈 막아놓는 겁니다. 자연이 많은 동네가 좋은 만큼 벌레하고도 어느 정도 같이 살아야 하는 곳이 Northern Virginia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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