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요즘... 자꾸 신을 원망하게 돼요.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
마치 밤하늘을 향해 외치는 것처럼, 혼잣말처럼 던진 질문들이 가끔은 눈물처럼 쏟아지고, 때로는 분노로 들끓어요.
예전엔 기도할 줄도 알았고, 감사할 줄도 알았던 나인데, 요즘은 그저 왜, 왜, 왜...만 반복하고 있는 거예요.
그렇게 신을 비난하고 나면, 잠깐은 마음이 편해요.
"이건 내 잘못이 아냐. 세상이 잘못된 거야. 신이 날 버렸어."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해주면, 뭐랄까... 책임에서 벗어난 것 같은 이상한 해방감이 오거든요.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신을 탓하면서 나는 점점 내 인생의 운전대를 놓고 있었다
그렇게 매일같이 신을 탓하다 보니, 이상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졌어요.
이 상황은 내가 만든 게 아니니까, 내가 어떻게 바꿔야 할지 감도 안 잡히고, 바꿀 의지도 사라졌죠.
"내가 뭘 해도 똑같을 거야."
"결국 또 이렇게 될 거잖아."
그 생각이 들면서부터 저는 그 자리에 멈춰버렸어요.
운전석에 앉긴 했는데 핸들은 없고, 엑셀도 브레이크도 없는 그런 느낌.
차가 어디로 가든, 난 그냥 구경만 하고 있는 승객이 된 기분.
사실은 나 자신이 더 미웠던 걸지도.
내가 신을 탓하는 이유는, 내 안의 수치심과 절망을 감당할 수 없어서였던 건 아닐까?
"왜 나만 이래?"
"이게 다 벌받는 건가?"
겉으로는 신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내가 나 자신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었던 거예요.
나는 벌을 받을 존재, 나는 사랑받을 자격 없는 사람, 나는 실패한 인간이라는 굳은 믿음이 안에서 나를 짓누르고 있었죠.
그렇게 자존감은 점점 무너져가고, 결국엔 신을 믿든 말든, 나는 나 자신을 믿을 수 없게 되었어요.
신을 원망하면 참 편해요. 책임은 내 몫이 아니니까. 내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하지만 그게 반복되면, 나는 무기력이라는 깊은 구덩이에 빠져버리게 됩니다.
문제를 외부에서만 찾으니까, 내 안에서 할 수 있는 '반응'조차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실직했을 때도, 실연했을 때도, 나는 늘 그랬어요.
"왜 나한테 이런 일이..." 그 말 뒤에 오는 행동은 거의 아무것도 안 하기.
근데 지금 돌아보면, 그런 상황 속에도
"나는 뭘 배울 수 있을까?" "지금 내 감정은 뭘 말하고 있을까?"
이런 질문을 했더라면,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어요.
신에 대한 내 이미지도 많이 왜곡돼 있었던 것 같아요.벌주고 심판하는 존재처럼 느꼈죠. 내가 잘못하면 바로 '철컥'하고 불행이라는 감옥에 가두는 존재.
근데... 그게 아니었더라고요.
많은 종교에서 신은 나와 함께 고통을 지나가는 동행자라고 해요.
내가 아플 때, 같이 아파하고, 내가 넘어졌을 때, 옆에서 조용히 일어나길 기다리는 존재.
문제를 '왜?'라고 묻는 대신, "이 안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건 나에게 어떤 변화의 신호일까?"그렇게 묻는 순간, 그 상황은 벌이 아니라, 통과의례로 변하더라고요.
신을 향한 분노, 원망, 슬픔—이 모든 감정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요.
오히려 그런 감정을 숨기고 눌러버리는 게 더 위험하죠.
하지만 그 감정에 머무르기만 하면, 삶은 거기서 멈춰버립니다.
마치 찬물에 발 담근 채로 얼어붙은 것처럼, 시간이 지나도 감정은 썩고, 몸도 굳고, 마음도 병들어요.
"그래,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이 말은 가끔 위로가 되지만, 계속 그렇게만 말하고 있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나의 중심도 점점 사라지게 됩니다.
신을 탓하고 싶은 날, 나는 다시 이렇게 물어보려 해요.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비난이 아니라, 다음 발걸음이야."
내 인생의 핸들은 내가 잡아야 하니까.
나를 믿는 힘, 내 안에서 다시 피어나는 목소리—그걸 되찾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신을 탓하는 자리에 머무르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오늘도 버거운 하루지만, 이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내가 다시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낍니다.
그리고 혹시 같은 마음을 가진 누군가에게 이 글을 본다면...
잠깐 멈췄다가 다시 가보는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