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 살면서 겨울이 워낙 길고 춥고 우중충한 날씨다 보니, 여름을 맞이하는 건 꽤 묘한 감정이다.

뜨거운 여름 햇살이 시작되면 어느정도 들뜬 축제 분위기가 된다. 그런데 그 여름이... 생각보다 꽤 덥다.

많은 사람들이 시카고는 바람 부는 도시라고 해서 "여름도 선선하겠지~" 하고 착각하는데, 6월 말에서 8월 초까지는 종종 90도이상 올라간다.

거기에 호수옆이다 보니 높은 습도까지 합세하면 체감온도는 100도도 훌쩍 넘는다. 한마디로, 그냥 찜통이다.

특히 시카고 외곽 주택단지에 살고 있다면, 나무 그늘 하나 없는 정원에서 여름낮을 버티는 건 쉽지가 않다.

그래서 여름만 되면, 특히 아이들이 있는 사람들의 로망은 바로 '우리 집에 수영장 있었으면...'

하지만 시카고에서 수영장이 있는 단독주택은 그렇게 흔하지 않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보면, 시카고 메트로 지역의 주택 중 개인 수영장을 보유한 집은 전체 주택의 약 5% 미만이다.

더 정확히는 고급 주택가인 나일즈(Niles), 글렌뷰(Glenview), 네이퍼빌(Naperville), 오크브룩(Oak Brook) 같은 지역에선 수영장을 가진 집이 꽤 있지만, 시카고 시내나 일반 중산층 주거지역에서는 극도로 드문 편이다.

일단 시카고는 1년의 절반 이상이 춥거나 쌀쌀하다. 실질적으로 수영장을 야외에서 쓸 수 있는 기간은 7월 중순에서 9월 초까지 한달반정도 기간이다. 그런데 수영장 설치 비용이 기본 5만~10만 달러를 넘고, 매년 유지·청소·난방비까지 포함하면 수천 달러가 추가된다.

그리고 여기 겨울이 너무 혹독하다 보니, 야외 수영장은 관리가 어려운 편이다. 한파로 파이프가 동파되거나, 수영장 구조물이 얼어서  손상되는 일도 있고, 뚜껑을 덮고 히터로 겨울을 나야 하는데 관리비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시카고에서는 실내 수영장을 갖춘 고급 주택이나, 커뮤니티 센터 혹은 콘도 시설에 수영장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영장이 있는 집은 분명 매력적인 자산이다. 여름이면 아이들도 몰리고, 친구들과 풀사이드 파티도 열고, 굳이 해변 안 가도 내 마당에서 여름휴가 기분을 낼 수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팬데믹 이후 '집콕' 트렌드가 생기면서, 수영장이 있는 집의 매매가는 꽤 상승세를 탔다. 'Staycation(집에서 즐기는 휴가)' 수요가 생긴 덕분이다.

그리고 하나 더, 실제로 수영장이 있는 집이라도 그걸 자주 사용하는 집은 의외로 많지 않다. 수영장 관리가 귀찮고, 물 온도가 좀 차거나 날씨 흐리면 그냥 건너뛰는 경우도 많다. 실내 수영장이 아닌 이상, "수영장 있는 집에 산다"는 건 때때로 허세성 자부심이자, 한여름 한두 번 쓰고 마는 사치일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시카고 여름은 생각보다 덥고 끈적하다. 수영장이 있다면 분명 시원하고 부러운 일이지만, 설치와 유지비용, 활용 기간 등을 따져보면 '가질 수 있으면 좋고, 없어도 큰일은 아닌' 그런 존재다.

그리고 여기서 살면 수영장이 없어도 시카고 미시간호수엔 좋은 해변(?)들이 꽤 많이 있다. 호수가 워낙 크다보니 미시간호 비치라고 부르는데 한여름에도 물이 차갑다는것 빼고는 많은 사람들이 여름을 즐기고 있다.

그래도 나는 시카고 여름 더위에 지치다 보니, 자꾸 실내 수영장 있는 집이 눈에 밟힌다.

밖은 덥고 습하고, 공공 수영장, 미시간호 비치는 주차난에 몰려나온 사람들로 붐비고.... "나도 돈 벌어서 실내 수영장 있는 집 하나 갖자."

비 오는 날에도 수영하고, 겨울에도 따뜻하게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집.

꿈같은 얘기지만, 꿈이 있어야 돈도 벌 동기가 생기는 법 아니겠나.

가끔 부동산 사이트 돌아다니며 수영장 달린 럭셔리 하우스들 보는데, 그거 보는 맛에 오늘도 열심히 살려한다.

언젠가는 나도 그런 집의 주인이 될 거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