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ntreville에 살다 보니까 예전엔 그냥 산책 나가면 꽃 피었네, 날씨 좋네, 사람 많네 뭐 이런 것만 보였는데, 요즘은 동네만 나가면 개들이 왜 이렇게 예쁜지!

카페 앞에 앉아 커피 마시다가도 지나가는 골든리트리버 보면 마음이 스르르 녹아버리고,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데 누가 말티즈 데리고 오면 그냥 얼굴에 미소부터 떠요. 원래 개 좋아하긴 했지만 요즘은 진짜 심해졌어요. 나이 들면 애정이 동물한테 간다더니 나도 그 케이스인가봐요.

Centreville은 아시다시피 한인도 꽤 많고, 주택가도 넓고 공원도 군데군데 있어서 그런지 산책하는 개들을 못해도 하루에 열 마리는 보는 것 같아요. Safeway 앞에서 주인 기다리며 얌전히 앉아 있는 시바견, 거기 지나가던 꼬맹이가 'Hi puppy!' 하고 손 흔들면 꼬리 살랑 흔들어주는 그 귀여움. 아휴, 그냥 입꼬리가 알아서 올라가요. 나중엔 장 보러 간 건지 개 보러 간 건지 헷갈릴 지경.

특히 주말 아침 Centreville Regional Park 가면 개들 축제 열리는 것 같아요. 잔디밭에서 프렌치불독이 뛰어다니는데 귀가 바람에 팔랑팔랑, 옆에서는 하얀 포메라니안이 솜사탕처럼 굴러다니고, 저 멀리 셰퍼드 한 마리는 진지한 얼굴로 주인 바라보면서 훈련 중. 그걸 보고 있으면 꼭 사람들 보다 개들이 더 행복해 보일 때가 있어요.

며칠 전에는 Costco 나갔다가 주차장에서 진짜 영화 속에 나올 법한 허스키를 봤어요. 눈이 파랗고 털이 찰랑거리는데, 도대체 피부과 어디 다니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윤기가 반짝. 주인이 문 열어주니까 차에서 내리는데, 그냥 내려오는 게 아니라 모델처럼 천천히, 당당하게, "나 오늘 시선 다 가져간다" 하는 포스로 걷더라고요.

근데 진짜 신기한 건, 요즘은 개의 종류도 다양해졌다는 거예요. 예전엔 그냥 포메, 말티즈, 리트리버 정도였던 것 같은데, 최근엔 이름도 처음 듣는 믹스견들이 어찌나 예쁜지.

골든+푸들 섞인 골든두들? 털은 폭신한데 체형은 늘씬하고 성격도 순둥순둥. 지나가면 사람들이 "오마이갓 소 큐트!" 연발. 그리고 요즘 트렌드인지 모르겠지만, 작은 개에 하네스 색까지 톤온톤 맞춰서 산책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핑크 하네스에 핑크 리드줄, 그리고 주인의 후드티도 핑크! 개랑 커플룩이라니.. 나도 한번 강아지를 구해볼까 생각하게되요.

Fairfax, Chantilly 쪽 공원에도 멍멍이들 천지예요. Greenbriar Park 한번 가보세요. 야구장 옆 산책로에서 만난 비글 한 마리가 뛰어놀다가 갑자기 제 쪽으로 와서 다리에 코를 툭 대는데, 그 순간 심장에 전기 스르르. 주인이 미안하다며 리드줄 잡아당기는데도 저는 "아유 괜찮아요~ 너무 귀여워요~" 자동반사로 대답하죠. 그 한 번의 터치로 하루 기분이 좋아지는 거예요.

그리고 이건 약간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요즘은 개 보는 재미로 산책 나갈 때도 있어요. 사람은 없어도 좋으니까 개는 꼭 한 마리라도 보고 와야 한다는 느낌? 날씨 좋으면 리드줄 흔들면서 씩씩하게 걷는 애들 보면 나까지 산책 효과 얻는 기분이에요. 뭔가 동네 분위기도 더 따뜻해지는 느낌.

가끔은 "나도 한 마리 키울까?" 생각까지 들어요. 근데 현실은 집안일, 직장, 스케줄... 이 작은 생명 하나 제대로 책임지는 게 큰 일이라 선뜻 결정을 못 하겠어요. 그래도 이렇게 동네에 예쁜 개들 많은 게 얼마나 힐링이 되는것 같기는 합니다.

요즘 사람들 표정 보면 피곤하고 바쁜데, 반대로 개들은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얼굴에 다 드러나요. 그래서인지 개를 보면 잠시라도 마음이 풀리고, '그래, 인생 그렇게 복잡하게만 살 필요 없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산책할 때 자꾸 시선이 이쁜 개들 모습으로 향하겠죠. 혹시 모르죠, 언젠가 저도 개 데리고 같은 길 걷고 있을지.

지금은 구경만으로도 행복하니까 그걸로 충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