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멕시코만을 새로운 이름으로 부르겠다고 해도, 실제로 그 이름을 전 세계가 따라줄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미국 연방 정부가 관리하는 지명 정보 시스템에선 내무부 장관의 권한으로 미국 영토나 문서 내에서 특정 장소의 이름을 바꿀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 내에서 적용되는 변화예요. 게다가 멕시코만은 미국만의 해역이 아니라 멕시코 등 여러 국가와 공유하고 있죠.

멕시코나 다른 나라들이 미국 측에서 새롭게 설정한 이름을 그대로 쓸 의무는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국제사회에서 그 명칭이 바뀔 가능성은 낮습니다. 예전부터 국제 수역이나 국경 지역에는 각국이 서로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 일이 자주 있었어요.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리오 그란데라 부르는 강을 멕시코에서는 리오 브라보라고 부른다든지, 한국과 일본 사이 바다는 동해와 일본해로 나뉘어 부르는 식이죠.

물론 멕시코가 이를 공식적으로 따라줄 일은 없어 보이고, 국제 기구가 이를 국제 표준 명칭으로 인정해줄 가능성도 낮아 보입니다. 한마디로 미국 내에서 한정된 명칭 변경은 가능하지만, 전 세계가 그 이름을 함께 써주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인 셈입니다.

결국 이런 지명 변경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국경이나 해양 경계를 공유하는 나라 사이에서는 흔히 벌어지는 일입니다. 국가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쉽게 합의가 이뤄지지도 않을뿐더러, 각국 언어와 문화적 배경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멕시코만을 걸프 오브 아메리카라고 부를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미국 문서 안에서는 그럴 수 있어도, 국제적으로 모두가 그렇게 불러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상황을 조금 더 간단히 말하면, ‘내부 문서에서 이름을 바꾼다 해도 그 파급력이 얼마나 될지’가 핵심입니다. 트럼프의 아이디어는 정치적 의미가 클 수 있지만, 미국 바깥에선 이를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니, 결국 실제 영향은 제한적일 거예요.

이런 갈등이 종종 있기 때문에, 지명을 통일해서 부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 그리고 이미 많은 나라가 자국 언어와 문화에 맞춰 각기 다른 이름을 사용해왔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