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롤러코스터 타러 가는 길에 역사 공부를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알링턴의 식스 플래그 오버 텍사스 얘기예요.
처음 이 이름을 들었을 때 저는 그냥 깃발 여섯 개 꽂아놓은 놀이공원인가 했어요. 회사 이름이 원래 그런 거 아닌가 싶었죠.
그런데 순서가 반대였습니다. 체인 이름이 먼저 있었던 게 아니라, 알링턴의 이 공원이 식스 플래그라는 이름의 출발점이었어요.
공원이 문을 연 건 1961년 8월 5일입니다. 부동산 개발업자 앵거스 윈 주니어가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를 보고 와서 텍사스에도 이런 게 있어야 한다고 마음먹은 게 시작이었다고 해요.
여섯 개의 깃발은 텍사스 땅을 다스렸던 여섯 정부를 뜻합니다. 스페인, 프랑스, 멕시코, 텍사스 공화국, 남부연합, 그리고 미국이에요.
개장 당시 공원은 이 여섯 나라를 테마로 구역을 나눠 꾸몄습니다. 놀이기구 타면서 자연스럽게 연표를 한 바퀴 도는 구조였던 셈이죠.
하나씩 보면 꽤 재밌습니다. 텍사스 주립 도서관 자료 기준으로 스페인은 1519년부터 1685년, 그리고 1690년부터 1821년까지 이 땅을 차지했어요.
중간에 끼어든 게 프랑스입니다. 1685년부터 1690년까지, 고작 5년이에요.
탐험가 라살이 세운 작은 식민지가 오래 버티지 못하면서 끝났다고 하죠. 깃발 하나 얻은 것치고는 근무 기간이 너무 짧습니다. 병원으로 치면 수습 기간에 퇴사한 레지던트 느낌이랄까요.
정리하면 스페인은 두 번에 걸쳐 300년 가까이 머문 장기 근속자고, 프랑스는 단기 계약직이었던 셈입니다. 같은 깃발 하나라도 무게가 이렇게 다릅니다.
그다음은 멕시코입니다. 1821년 스페인에서 독립한 멕시코가 1836년까지 텍사스를 다스렸어요.
1836년부터 1845년까지는 텍사스가 아예 독립 국가였습니다. 텍사스 공화국이죠. 지금도 텍사스 분들이 자부심을 갖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아요.
1845년에 미국에 합류했다가, 1861년부터 1865년까지는 남부연합 소속이었습니다. 남북전쟁이 끝난 뒤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지금에 이르고요.
이름에 얽힌 일화도 하나 있습니다. 윈은 원래 공원 이름을 Texas Under Six Flags로 하려고 했대요.
그런데 텍사스는 누구 밑에 있지 않다는 반발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Under가 Over로 바뀌었다는 거죠.
그 말을 누가 했는지는 이야기가 갈립니다. 아내 조앤이라는 설, 텍사스 공화국 후손 여성 단체라는 설, 공원 엔터테인먼트 디렉터라는 설이 같이 돌아다녀요.
저는 누가 했든 상관없이 이 일화가 마음에 듭니다. 전치사 하나에 텍사스 사람들 자존심이 다 들어 있거든요. 영어 시험에서 under와 over 헷갈리던 시절이 갑자기 떠오르기도 하고요.
재밌는 우연도 있습니다. 공원이 문을 연 바로 그해, 텍사스 주 의회도 여섯 깃발을 넣은 주 인장 뒷면 디자인을 채택했어요.
텍사스 국무장관실 자료에 따르면 이 디자인은 1961년 8월 26일 주지사 승인을 받았습니다. 공원 개장 3주 뒤예요. 그해 텍사스는 여러모로 깃발에 진심이었나 봅니다.
물론 이 이야기가 늘 가볍기만 했던 건 아닙니다. 여섯 깃발 중 하나가 남부연합 깃발이었으니까요.
2017년 8월, 버지니아 샬러츠빌 폭력 사태 이후 공원은 남부연합 깃발을 내렸습니다. 처음엔 문제의 전투 깃발이 아니라 남부연합의 국가 깃발이고, 손님들도 그 차이를 구분할 줄 안다는 입장이었어요. 그런데 며칠 만에 방향을 틀었습니다.
결국 여섯 개 깃발 자리를 전부 미국 국기로 채웠습니다. 다른 나라 깃발 네 개도 같이 내려간 거죠.
반응은 양쪽으로 갈렸습니다. 역사를 지우는 거라는 비판도 있었고, 놀이공원 입구에 걸 상징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컸어요.
저는 이 문제를 이렇게 봅니다. 역사책과 박물관에서 남부연합을 가르치는 건 당연히 필요해요. 하지만 가족 단위 손님이 줄 서는 입구에 걸어둘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이름까지 바꿀 필요는 없다고 봐요. 식스 플래그라는 이름은 이미 텍사스 역사를 기억하는 하나의 방식이 됐으니까요.
이민자 입장에서 보면 이 이야기가 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한 땅 위에 주인이 여섯 번 바뀌었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이 땅을 거쳐 갔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지금 텍사스에 사는 우리도 그 긴 목록의 한 줄쯤 되는 셈입니다. 깃발은 없지만요. 대신 김치냉장고 정도는 하나씩 들여놨죠.
다음에 알링턴에 갈 일이 있으면, 코스터 줄에 서서 한번 떠올려 보세요. 이 이름이 사실은 500년이 넘는 연표라는 걸요.
아, 그리고 줄 서는 동안 물은 꼭 챙겨 드시고요. 텍사스 햇볕은 어느 나라 깃발 아래서든 공평하게 뜨겁습니다.

요구르트레이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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