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요즘 다들 어떻게 살고 계신가요?

정신적으로 피로하고 스트레스 받는 생활이 이어지면 우리 한국사람들은 '매운맛'이 땡기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받을 때 엽기떡볶이, 육개장, 짬뽕, 불닭볶음면이 떠오르는 건 단순히 입이 심심해서가 아닙니다.

그건 몸과 마음이 동시에 보내는 신호에 가깝다고 합니다.

왜 우리는 힘들 때마다 매운 음식에 손이 가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서 찾아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뇌를 속이는 통증의 효과입니다. 매운맛은 사실 맛이라기보다 통증에 가깝습니다.

캡사이신이 혀에 닿는 순간 뇌는 위급 상황으로 인식하고 진통 물질을 분비합니다. 그 과정에서 엔도르핀과 도파민이 쏟아져 나옵니다. 입안은 불타는 것 같은데 기분은 이상하게 가벼워집니다. 힘든 하루 끝에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괜히 속이 시원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두 번째는 생각을 강제로 멈추게 만드는 효과입니다. 미국에서 살다 보면 머릿속이 늘 복잡합니다. 비자 문제, 일 걱정, 끝없이 오르는 렌트비까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그런데 불닭볶음면 한 젓가락을 먹는 순간, 그런 생각들이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너무 매워서 뇌가 다른 걸 생각할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고통을 어떻게 넘길지, 우유는 어디 있는지 같은 아주 원초적인 문제만 남습니다. 그 짧은 순간만큼은 과거도 미래도 사라지고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의도치 않게 찾아오는 강제 명상 같은 시간이 주어지는 겁니다.

세 번째는 고국과의 정서적인 연결입니다. 타지 생활의 외로움은 거리보다 감정에서 옵니다. 김이 오르는 육개장 한 그릇이나 예전에 친구들과 땀 흘리며 먹던 짬뽕은 단순한 음식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익숙한 기억과 위로가 담겨 있습니다. 매운 음식을 먹으며 흘리는 땀은 한국 사람에게 묘한 해방감을 줍니다. 이 정도 매운 것도 견디는데 오늘 하루쯤은 또 버틸 수 있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생깁니다.

다만 조심해야 할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마음은 즐거워도 몸은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을 수 있습니다.

위장이 보내는 경고를 무시하면 나중에 더 크게 돌아옵니다.

캡사이신이 과해지면 위벽을 자극해 속 쓰림이나 위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먹을 땐 몰랐다가 다음 날 아침 화장실에서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장 운동이 과하게 빨라지면서 몸이 제대로 흡수할 틈도 없이 내보내기 때문입니다.

밤늦게 매운 음식을 먹으면 체온이 올라가고 소화가 늦어져 잠도 깊게 들지 못합니다. 스트레스를 풀려다 오히려 피로를 더 얹게 되는 셈입니다. 그리고 다이어트 한다고 충분한 음식을 먹지 않은 여성분들은 장속의 압력이 낮기 때문에 매운 음식을 피하는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매운맛은 현명하게 즐기는 게 좋습니다.

빈속에는 피하는 게 좋고, 우유나 요거트처럼 위를 보호해 줄 음식과 함께 먹는 게 도움이 됩니다. 소스를 한 번에 다 넣기보다는 조금씩 조절하면서 내가 즐길 수 있는 선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미국 생활이 버거운 날 화끈한 매운맛으로 스트레스를 푸는것도 좋겠지만 위장도 관리해가면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