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고양이만 보면 "Pspsps pspsps 푸스푸스푸스..." 소리를 낸다.
마치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마법 주문처럼.
친구는 그걸 듣고는 "너 지금 고양이 부르는 거야?"라고 묻는다.
그렇다. 푸스푸스는 한국어도 아니고, 영어도 아니고, 그냥 전 세계 집사들만의 공통어다.
영어로 구글링하면 Pspsps Pspsps 라고 나오긴 한다. 한국사람이 이 단어를 처음보면 전혀 발음이 될것 같지 않다 ㅎㅎ.
그런데 신기하게도 고양이는 이 소리에 진짜 반응한다.
도도하게 창밖을 보다가도, "푸스푸스!" 한 마디에 귀가 팔랑이고, 고개가 돌아간다. 왜 그럴까?
이 질문에 대해 과학적으로 완전히 증명된 건 없다.
그럴만도 한 게, 고양이한테 푸스푸스를 왜 좋아하냐고 인터뷰할 수도 없고, 실험으로 소리마다 반응을 통계적으로 분석해줄 연구비를 누가 주겠나.
하지만 고양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꽤 설득력 있는 이론은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론은 바로 소리의 주파수 차이. 고양이는 사람보다 훨씬 높은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동물이다.
우리가 내는 'ㅅ' 소리는 생각보다 꽤 고주파인데, 그 소리 사이에 툭툭 끊기는 'ㅍ' 자음이 들어가면, "쉬익쉬익" 하듯 불규칙하고 날카로운 리듬이 생긴다. 한 마디로, 고양이 귀엔 평소에 듣던 사람 말보다 훨씬 특이하고 귀에 쏙 박히는 소리인 것이다.
게다가 이 '푸스푸스' 소리는 고양이들이 자연에서 사냥감을 추적할 때 들을 법한 소리와도 비슷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낙엽 밟는 소리, 바스락거리는 벌레, 심지어 쥐가 내는 날카로운 울음소리까지. 헝가리 동물행동학 교수 페터 퐁그라츠에 따르면, 인간이 무심코 내는 'ㅅ' 계열의 소리는 고양이 입장에선 "뭔가 작고 움직이는 존재"의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는 거다.
또 하나 재미있는 건, 고양이들이 이 소리에 반응하도록 우리가 훈련시킨 걸 수도 있다는 가설이다.
예를 들어 내가 푸스푸스를 부르면 간식이 나왔다거나, 쓰다듬어줬거나, 장난감을 던져줬던 기억이 있다면?
고양이는 '푸스푸스 = 좋은 일'이라고 기억하고 귀를 기울일 수 있다. 그러니까 결국엔 조건반사처럼 반응하는 셈.
그리고 한 가지 더. "푸스푸스"라는 표현 자체도 사실은 영어로 "Here, pussy, pussy, pussy~"라고 부르는 걸 빠르게 줄인 소리라는 설도 있다.
1930년대 Light Crust Doughboys라는 밴드가 부른 "Pussy, Pussy, Pussy"라는 노래에 그 리듬이 그대로 나온다.
실제로 들어보면 푸스푸스랑 거의 똑같이 들린다. 혹시 집에 고양이가 있다면, 유튜브에서 이 노래를 틀어보라.
귀가 팔랑거리는지 테스트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고양이는 단순히 '귀여운 생명체'가 아니라, 고주파 음에 민감하고, 인간과의 상호작용에 기억력까지 좋은 작은 포식자다.
우리가 푸스푸스 하고 부를 때, 그들은 단순히 "아 또 간식이군" 하면서도, "저기 뭐가 있나?" 하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런 눈빛 한 방이면... 우리는 또 간식을 꺼낸다.
훈련당한 건... 사실 우리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