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앤젤레스로 이사와서 살기 시작한 20년전만 해도 홈리스 문제는 다운타운의 '스키드로우(Skid Row)'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다운타운에서 그쪽으로 일부러 가지않으면 홈리스 텐트를 볼 일이 거의 없었더랬죠.
하지만 지금은 베니스비치, 할리우드, 코리아타운, 심지어 웨스트LA나 샌타모니카 근처까지, 홈리스 텐트촌을 보지 않고 지나가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왜 이런 변화가 생긴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집값과 임대료의 폭등'입니다. 2010년 이후 LA의 부동산 시장은 미국 전체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올랐습니다.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은 거의 늘지 않았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새로 집을 짓기가 워낙 어렵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월세도 함께 오르면서, 중산층뿐 아니라 저소득층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되었습니다. 한때 월세 1,200달러면 살던 원베드 아파트가 지금은 2,500달러를 넘기니, 조금만 소득이 끊겨도 길거리로 밀려나게 되는 겁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정신 건강과 마약 문제입니다. LA시는 오랫동안 정신질환자 보호시설을 줄여왔습니다. 1980~90년대 이후로 주 정부는 '탈시설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많은 환자들이 병원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도와줄 지역 커뮤니티 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은 결국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엔 펜타닐 같은 강력한 약물이 퍼지면서, 중독과 노숙이 함께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정책 실패'입니다. 시정부와 주정부는 홈리스 문제 해결을 위해 매년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Measure H나 HHH 같은 세금 프로그램을 통해 수천 유닛의 저소득층 주택을 짓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완공된 주택은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건축 허가 과정은 복잡하고, 건설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습니다. 그 사이에 홈리스 인구는 1년에 수천 명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LA 카운티 전체 홈리스는 7만 명을 넘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팬데믹입니다. 코로나 시기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모기지나 렌트비를 내지 못했습니다. 정부가 일시적으로 퇴거를 막아줬지만, 지원이 끝나자마자 밀린 렌트비 때문에 쫓겨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들이 한꺼번에 거리로 나왔고, 그게 오늘날 도심 곳곳의 텐트촌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LA의 기후와 구조도 한몫합니다. 따뜻한 날씨와 바다 근처의 온화한 환경은 다른 도시보다 노숙자들이 살아가기 쉽습니다. 뉴욕처럼 겨울에 얼어 죽을 위험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른 지역에서 LA로 이동해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다가 LA는 땅이 넓고, 교외에도 공터와 도로변이 많아 텐트를 치기 쉽습니다. 이런 조건들이 홈리스 인구의 확산을 도운 셈입니다.
결국 지금의 상황은 단순히 "홈리스가 늘었다"가 아니라, 도시의 구조와 정책, 경제 환경이 함께 만든 결과입니다. 주거비 상승, 정신건강 지원 부재, 마약 확산, 행정의 느림, 그리고 기후 조건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예전에는 스키드로우라는 특정 지역에만 몰려 있었다면, 지금은 더 이상 '어디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도시 전체의 현실이 되어버린 겁니다.
이제 LA의 거리 풍경은 우리 모두의 삶을 비추는 거울 같습니다. 차로 출근길에 지나가며 보이는 텐트, 고속도로 아래에서 잠든 사람들, 쇼핑카트를 끌고 다니는 노인들. 이건 단순한 도시 미관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 도시의 주거 구조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스키드로우에서 시작된 그 문제가 도시 전체로 퍼진 이유는, 결국 집이 없는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집이 너무 비싼 도시'가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독수리오년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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