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Oaks에서 살면서 열다섯 살 아들을 학교에 보내다 보니, 미국에서 학교 고르는 기준이 참 단순하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겉으로 보면 성적이 어떻다, 대학 진학률이 몇 퍼센트다, AP 과목이 많다 이런 숫자들이 먼저 보이지만, 막상 마음을 가장 신경쓰이는건 그런 데이터보다 학교 안의 분위기... 그중에서도 인종 구성이에요.

이게 참 스스로 생각해도 속물 같고 계산적인 고민인데, 부모라는 입장에 서면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너무 백인 아이들만 많은 학교를 보면 또 이런 생각이 먼저 들어요. 우리 애가 한국 애라는 이유로 괜히 튀지는 않을지, 겉으로는 다들 친절하고 문제 없어 보여도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가 되면 이미 보이지 않는 무리들이 형성돼 있는 건 아닐지 자꾸 상상하게 됩니다. 농담 하나, 말투 하나, 집에서 쓰는 표현 하나가 미묘하게 안 맞아서 혼자 웃고 넘겨야 하는 순간들이 쌓이면 아이 마음에 상처가 되지는 않을지 괜히 앞서 걱정하게 돼요.

그렇다고 한국 아이들이 너무 많은 학교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겨요.

처음엔 솔직히 마음이 놓입니다. 말 통하는 친구들이 있고, 부모들끼리도 정보 나누기 쉽고, 학교 행사 때도 덜 어색하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또 생각이 달라져요. 애들끼리 자연스럽게 한국말로만 몰려다니고, 쉬는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영어를 굳이 쓸 필요가 없는 환경이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미국까지 와서 학교를 보내는 이유 중 하나가 결국 언어와 문화인데, 정작 그 기회를 스스로 줄여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요.

또 어떤 학교를 보면 아르메니안이나 유대인 학생들이 유난히 많은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그 친구들 자체가 문제라는 게 아니라, 혹시 우리 아이가 세상을 너무 일찍 집단으로 나눠서 보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는 거죠.

누구는 끼리끼리 논다더라, 저 커뮤니티는 배타적이다더라 같은 말들을 아이가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 그걸 사실처럼 믿어버리지는 않을지 마음이 쓰입니다. 다양성을 배우라고 보낸 나라에서, 또 다른 형태의 편견을 배우게 되는 건 아닐지 스스로 계속 질문하게 돼요.

그러다 보면 입으로는 적당히 섞여 있으면 좋겠다고 말해놓고, 막상 그 '적당함'이 뭔지 설명도 못 하는 제 자신이 좀 우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Thousand Oaks는 비교적 조용하고 안정적인 동네라 학교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무난하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교실 안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학교 설명회에 가면 커리큘럼 설명보다도 복도에서 마주치는 아이들 모습, 운동장에서 누가 누구랑 어울리는지, 쉬는 시간에 어떤 언어가 더 많이 들리는지를 괜히 더 유심히 보게 됩니다. 그러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들어요. 혹시 내가 아이보다 더 예민한 건 아닐까, 애는 애 나름대로 잘 적응하고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괜히 부모가 먼저 겁을 먹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요.

미국에서 학교를 보낸다는 건 성적표 잘 나오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웃고, 누구 옆에 앉아 하루를 보내고, 어떤 시선 속에서 자라느냐의 문제라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지니까요.

뭐 그래서 어쩌겠습니까, 그냥 아이들을 믿고 학교에 보내는 수 밖에요. 그래도 이민 와서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는 이런 고민을 완전히 내려놓기가 쉽지는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