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른둘이고 내년이면 서른셋이고... 솔직히 말해 주위에서 '너는 아직 젊다'는 말도 위로할 때 쓰는 표현일 뿐입니다.

요즘 여자로 산다는 건 은근히 만기일이 붙은 채 살아가는 것 같아서 짜증까지 날것 같습니다.

결혼은 선택이라면서 이상하게 선택지가 하나인 것처럼 "요즘 누구 만나?"라는 가벼운 질문도, 친척 모임에서 날아오는 미묘한 눈빛도, SNS에 뜬 누군가의 결혼식 청첩장도 전부 "넌 왜 아직도 혼자야?"라는 자막을 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시간도, 부모님이 건강하신 시간도, 사회가 여성을 귀찮아하지 않는 시간도 전부 유통기한 붙어 있는 것 같고요.

그렇다고 제가 사랑이 필요 없다는 건 아닙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같은 집으로 돌아오고, 함께 라면 하나 끓여 먹고, 영화 볼 때 어깨에 기대고, 그런 흔하디흔한 행복을 바라지 않는 건 아니거든요.

문제는... 그런 사람이 지금 제 옆에는 없다는 현실이죠.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소개팅은 이미 고인 물 같고, 주변의 멀쩡한 사람은 다 누군가의 품절남이 되어 있고, 남은 사람들은 이상하게 분류하면 "매우 피곤함", "너무 어림", "이상함" 정도의 카테고리만 남았다는 슬픈 진실.

그러던 어느 날,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딸 하나 낳아 키우면 어떨까?

누구랑? 그건 나중 문제고요 ㅎㅎ

... 내가 미쳐가는거 아니죠?

이상하게 요즘은 "아내"라는 말보다 "엄마"라는 단어가 마음에 더 가까이 와 닿습니다.

어떤 남자와의 로맨스보다는, 나를 닮은 작은 아이와 보내는 잔잔한 일상이 더 선명하게 상상됩니다. 아이 손 잡고 동네 산책하고, 같이 쿠키 굽고, "엄마~" 하고 부르는 목소리를 들으면 어떤 기분일까.

"결혼"이라는 종합 패키지 말고, "엄마"라는 역할만 따로 떼어 살 수 있다면 그건 또 다른 종류의 행복 아닐까 하는 마음이 조용히 피어오릅니다. 한국에는 사유리가 정자기증받아서 아이 키운다던데.. 그 용기가 대단하다 싶기도 합니다.

물론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게 로맨틱하게만 흘러갈 거라는 환상은 없습니다. 새벽에 아기 울음소리 들으며 멘탈이 털리는 것도 알고, 혼자 경제적으로 책임지는 게 얼마나 빡센 일인지도 알고요. 그런데도 이상하게 내 삶이 단단해질 것 같고, 어디에 뿌리내릴 것 같고, 살아가는 이유가 아주 선명해질 것 같은 그런 따뜻함이 생깁니다.

문제는, 세상은 이런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는 것. 구름처럼 살고 싶다고 하면, "그럼 너 결혼은?" "너 나이 생각은?" "지금 시작 안 하면 늦어!" 같은 소리가 빗발칩니다. 결혼이 내 인생의 필수 업데이트 패치라도 되는 양 들려오는 그 말들이 참... 피곤합니다.

결혼.
언젠가 하게 될까요?
아니면 정말 해야만 할까요?
아니면 그냥 딸 하나 품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면 안 되는 걸까요?

그래도 언젠가, 정말 언젠가는, 구름만큼 부드러운 마음으로 작은 딸아이를 품에 안고 있는 나를 상상해봅니다.

그 상상이 요즘 유일하게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장면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