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따라 하늘을 자주 올려다본다.
구름이 한없이 부드럽고 느긋해 보여서.
그냥 그렇게, 바람 부는 대로 흐르며 살고 싶다.
무언가에 쫓기지 않고,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고, 이유 없는 웃음을 지어도 되는… 그런 삶 말이다.
나는 지금 샌디에이고에 살고 있다.
미국에 온 지 14년째.
이젠 영어로 일하고, 운전도 곧 잘하고 나름 능숙해졌다.
그런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미국생활이 꽤 지친다.
가끔은 한국이 그립고, 또 가끔은 “그래도 미국이 낫지” 싶기도 하다.
한국 가면 뭔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은 두려움이 있고, 여기 있자니 계속 낯선 나라에 기대어 살고 있는 느낌이 들고.
말하자면, 내 인생은 어딘가에 뿌리내리지 못한 채 떠 있는 기분이다.
그리고 또 하나.
결혼.
참 묘하다.
하고 싶은 건 아닌데, 안 할 수는 없다는 묘한 압박감.
친구들은 하나 둘 결혼하고, 아이 낳고, 집 꾸미고, 마트에서 유아용 카트를 밀고 다니는 사진을 올린다.
그걸 보면서 “와 진짜 부럽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어쩐지 나는 아직도 제자리걸음 중인 느낌이 든다.
올해 서른둘.
지금은 웃고 떠들 수 있어도,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 곁에 없으면 참 외로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나는 괜찮지만, 세상이 괜찮지 않다.
친척 모임에서의 눈빛, 회사 동료의 질문, SNS 속 누군가의 결혼식 청첩장.
그 모든 게 마치 “너 아직도 혼자야?”라고 말하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자라서 괴롭다.
결혼은 선택이라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언제까지 혼자 살 거냐’는 질문을 받아야 하고,
조금만 나이가 더 들면 “이제는 진짜 서둘러야지”라는 말도 들어야 한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시간, 부모가 살아계신 시간, 사회가 받아주는 시간…
모든 게 마감 기한처럼 붙어있다.
정작 내 마음은 아직 자유롭고 싶은데.
혼자 사는 것도 좋고, 여행 다니는 것도 좋고, 퇴근 후 조용히 와인 한 잔 하는 것도 너무 좋은데.
그런 지금의 내가, 누군가에겐 “불완전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사회가 억울하고 아프다.
사랑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걷고, 같은 시간에 같은 집으로 들어가고, 어깨에 기대어 영화도 보고 싶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지금은 없다.
누굴 만나야 할지, 어디서 어떻게 만나야 할지도 모르겠다.
좋은 사람은 다 품절되었고, 남은 건 이상하거나 너무 어린, 혹은 너무 지친 사람들뿐인 것 같다.
그래서 그냥 구름처럼 살고 싶다고 말하는 거다.
흘러가는 대로, 멈추고 싶을 때 멈추고, 쉬고 싶을 때 쉬고.
누구의 딸도, 누구의 아내도 아닌 그냥 '나'로서, 무게 없는 존재로 살고 싶다고.
그런데 세상은 그걸 가만히 두질 않는다.
결혼하라고 한다.
늦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그 말들이 점점 내 마음을 흔들고, 눌러서,
지금 이 순간마저도 불안하게 만든다.
결혼.
언젠가 하게 될까?
정말 해야만 할까?
나는 오늘도 구름을 올려다보며 생각한다.
흘러가는 저 구름처럼,
조금 더 자유롭게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