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키우는 강아지 얼굴을 오래 보고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

"어라, 너 웃고 있어? 아니야, 지금 삐졌지? 어머, 조르네 또!"

이게 진짜 신기하죠. 말도 안 하는 동물이 어떻게 이리 풍부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걸까요?

고작 두 눈, 검은 코, 입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입매, 이 작은 이목구비로 말이에요.

사실 어릴 땐 몰랐어요. 그냥 개는 기분 좋으면 꼬리 흔들고, 싫으면 으르렁대는 거지 뭐... 감정표현이라는 게 딱히 다양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죠.

그런데 이상해요. 같이 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얼굴에서 읽히는 감정선이 더 정교해지는 거예요.

처음엔 "귀엽다~"였던 게, 이제는 "쟤 지금 살짝 서운한 거 같아", "방금 눈 흘긴 거 맞지?" 이런 식으로 세밀하게 느껴진달까요?

특히 조를 때!

그 눈빛이란... 세상 모든 슬픔을 담은 것처럼 보이잖아요. 눈썹도 없는 얼굴인데 어째 그렇게 처량한 표정이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눈동자에 살짝 물기까지 돌면, 무슨 영화 포스터인지. 나도 모르게 간식 하나 더 주고 싶게 만드는 그 재능 ㅋㅋㅋ.

한 번은 제 강아지가 제가 먹고 있던 고구마를 끝까지 바라보는데, 얼마나 애처로운지 결국 반 줬어요. 내가 왜 그러는지도 모르면서...

그리고 웃을 때 보면 물론 실제로 웃는 건 아니지만, 강아지 특유의 입꼬리 살짝 올라간 표정, 눈은 초롱초롱.

"엄마! 나 지금 너무 좋아!"라는 기분이 그 얼굴에서 빵 터지죠.

산책 나갈 때, 차 타고 나들이 갈 때, 특히 제가 뭘 주섬주섬 챙길 때마다 막 기대에 찬 그 표정. 저보다도 미래를 낙관하는 표정이랄까요?

흥분했을 때는 또 다르죠. 혀가 휘날리고, 눈은 커지고, 온몸이 표정처럼 움직이는데, 희한하게도 얼굴만 봐도 "지금 얘 Up 되었네" 싶어요.

진정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바로 드는 그 순간, 또 표정이 바뀌죠.

막 물고 뜯고 장난칠 땐 진짜 말 그대로 '개판'이지만, 그 안에 "나 지금 진짜 재밌다!"는 메시지가 얼굴에 그냥 쓰여 있어요.

반대로 화날 때는?

소형견이건 대형견이건 간에, 화났을 때는 딱 보여요. 귀가 뒤로 젖혀지고, 눈동자가 더 진지해지고, 심지어 입 모양도 약간 경직돼요.

예전엔 못 느꼈던 표정의 미묘함이, 이젠 생생하게 보여요.

그러다 갑자기 돌변해서 "장난이야 장난~" 하고 핥아댈 때, 그 멀뚱멀뚱한 표정에 또 웃음이 터지고요.

근데 이게 단순히 '내가 오래 봐서 그런 거다'로 끝날 얘기인가?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진짜로 요즘 강아지들, 얼굴이 더 풍부해졌어요.

왜냐고요? 요즘 '디자인 브리드'라고 해서 사람 입맛에 맞게 생김새를 점점 세밀하게 조정해온 품종들이 늘었거든요.

눈이 커지고, 주름이 생기고, 턱선이나 이마, 귀 모양까지도 감정을 잘 표현하게끔 진화(?)한 거죠.

말하자면, 자연선택이 아니라 '인간선택'의 결과예요. 마치 카메라 렌즈 조리개처럼 감정이 얼굴에 잘 잡히도록 조율된 느낌?

게다가 요즘은 강아지들도 인간 가족이랑 눈 마주치며 자라다 보니까, 사람 얼굴 읽는 법도 터득한 것 같아요.

눈 마주치고, 고개 돌리고, 턱 괴고... 아, 미안, 마지막은 우리 집 강아지만 그런가요?

요즘은 문득 이런 생각까지 들어요. 언젠가는 강아지가 감정을 이모티콘처럼 표현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화났을 땐 눈에 번개, 좋을 땐 별 반짝, 졸릴 땐 ZZZ... 물론 그건 과장이지만, 지금 이 표정들의 풍부함을 보면, 진짜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을 때가 있어요.

아무튼, 나날이 진화하는 강아지의 표정.

우리 집 개 얼굴만 봐도 요즘 내 기분을 다 아는 거 같고, 나도 걔 기분을 읽는 것 같아요.

언어는 없지만, 그 어떤 대화보다 더 선명하고 진한 교감이 오가고 있거든요.

그래서일까요? 오늘도 일하다 말고 강아지 얼굴 들여다보다가, 또 한 번 생각합니다.

"야, 너... 진짜 웃고 있는 거 맞지?"

그리고 걔는 아주 천연덕스럽게, 껌 씹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진짜 웃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