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앵커리지, 알래스카에 산 지 꽤 됐다.
이곳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는 그냥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살게 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숨이 찼다.
막연히 기회가 많을 거라 생각했고, 열심히만 하면 길이 보일 거라 믿었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이민 생활은 한 번의 큰 고비로 끝나는 게 아니라, 크고 작은 전투가 매일 이어지는 구조였다.
요즘 들어 문득문득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느꼈을 심정이 이런 게 아니었을까 싶다.
처음 정착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힌 건 돈 문제였다. 알래스카는 땅은 넓고 사람은 적지만, 생활비는 절대 만만하지 않다. 특히 앵커리지는 물류비가 그대로 가격에 붙는다. 집 렌트비, 식료품, 차량 유지비까지 하나하나 계산해 보면 한국에서 살 때와는 전혀 다른 감각이 필요하다. 일을 구하고 수입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통장 잔고를 볼 때마다 속이 타들어 갔다. 이게 과연 맞는 선택이었나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었다.
아이들 교육 문제는 또 다른 전쟁이었다. 미국 교육 시스템은 자유롭다고들 하지만, 그 자유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부모가 훨씬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학교에서 무슨 수업을 하는지, 아이가 어떤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부모가 모르면 아무도 대신 챙겨주지 않는다.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사와 미팅을 하고, 이메일을 주고받고, 아이의 상태를 설명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였다. 아이가 학교에서 겪는 작은 문제 하나에도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적으로도, 아이들 학교 생활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났다. 미국 사회에 완전히 섞이지도, 그렇다고 한국인 커뮤니티에만 기대기도 애매한 위치에서 오는 묘한 고립감이었다.
직장에서는 늘 이방인 같은 느낌이 들고, 집에 돌아오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무게가 어깨를 눌렀다. 이럴 때마다 하루하루가 워털루 전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획은 있었고, 준비도 했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항상 예상보다 더 거칠었다.
그래도 나폴레옹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전투는 하루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패배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어도 다음 날 다시 일어나야 한다. 조금씩 이곳 생활에 익숙해지는 나 자신을 보면서, 특히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 나의 싸움이 완전히 헛된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알래스카의 긴 겨울과 짧은 여름처럼, 이민 생활도 버티는 시간이 길수록 단단해지는 면이 있다.
앵커리지에서의 삶은 여전히 쉽지 않다. 하지만 매일같이 워털루를 겪는 기분으로 살다 보니 어느새 웬만한 흔들림에는 쉽게 무너지지 않게 됐다.
이민 생활이란 결국 화려한 승리가 아니라, 크게 지지 않고 버텨내는 연속전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철이와영미
니콜키크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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