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카운티에 있는 미국회사의 웨어하우스 담당으로 일하면서 하루하루를 나름 성실하게 살아왔습니다.

지게차 조작도 익숙했고, 창고 업무도 몇 년째다 보니 눈 감고도 일할 수 있을 만큼 손에 익은 일이었죠.

그날도 별다를 것 없는 하루였습니다.

그런데 방심이 부른 사고가 제 인생을 몇 달간 바꿔놓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소형 지게차에 기계부품을 팔렛에 올렸는데 한쪽이 좀 무거운 상태였습니다.

무게 중심이 좀 쏠린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짐을 옮겼습니다.

결국 배송트럭에 램프를 놓고 올리다가 균형을 잃은 지게차가 넘어졌습니다.

안전밸트를 순간적으로 풀었지만 가드에 오른쪽 다리가 끼었고, 곧바로 간 병원에서는 대퇴골 복합 골절이라는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말로는 복합 골절이라 하지만, 쉽게 말해 뼈가 두 군데 이상 부러진 상태였습니다.

그때부터 두 달간 병원 침대가 제 일상이었습니다.

수술을 받았고, 핀을 박았고, 재활치료까지 받느라 몸과 마음 모두 지쳤습니다.

회사가 가입한 워커스 콤프(Workers' Compensation) 덕분에 치료비는 다 커버됐고, 월급도 일정 비율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자동차 사고처럼 “고통에 대한 보상”, “장애에 대한 위자료” 같은 건 없습니다.

누군가의 명백한 과실이 아닌 이상, ‘업무 중 사고’는 그냥 '회사 보험이 처리해주는 치료'로 끝나는 구조입니다.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재활이 덜 돼서 예전처럼 못 움직이면 어쩌지?’

‘내가 다치는 바람에 모두가 불편해지고 있는것 같은데...’

아무리 회사가 보험 처리를 해준다고 해도, 몸을 다친 건 나 자신이고, 그 통증과 불편함을 고스란히 겪는 것도 나 자신이라는 사실이 새삼 실감 났습니다.

사고 이후, 몸은 회복되어 출근도 다시 시작했지만 사고 전과는 다릅니다.

무의식적으로 몸을 더 조심하게 되고, 지게차 작업은 피하게 됩니다.

‘다시 그런 일 생기면 안 되지...’ 그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스칩니다.

그리고 그 생각 끝에 늘 도달하는 결론은 하나입니다.

“안 다치는 게 최고다.”

그 어떤 보험도, 그 어떤 보상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었던 내 몸’을 대신해줄 수 없습니다.

사고 이후 나는 지게차 균형을 두 번 확인하고, 무게가 조금이라도 애매하면 절대 이동하지 않습니다.

‘내가 귀찮은 걸 참으면, 그 다음엔 병원 침대가 기다린다’는 걸 몸으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이 물류창고, 공장, 건설현장 같은 곳에서 일하고 있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은 다시 할 수 있지만, 몸은 다시 못 만듭니다.”

실수는 순간이고, 회복은 몇 달이고, 후회는 평생입니다.

보험이 있으니 괜찮다는 마음, 절대 믿지 마세요.

정말 괜찮은 건 ‘그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안전한가?

이건 늘 점검하고 살아야 할 숙제입니다.

오늘 하루도 다치지 말고, 무사히 퇴근하길 바랍니다.

그게 진짜 가장 값진 성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