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은퇴 준비하면서 은퇴 계획을 이야기하면 사람들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투자 수익률입니다.

어디에 투자해야 몇 퍼센트 먹는다, 주식이 좋다, 부동산이 좋다 이런 이야기들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은퇴 자금 규모를 크게 바꾸는 건 투자만이 아닙니다. 세금입니다.

같은 돈을 투자해도 세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꽤 달라집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은퇴 준비 이야기할 때 투자보다 먼저 나오는 단어가 절세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세금 혜택이 있는 은퇴 계좌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401(k)입니다. 직장 다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이 계좌의 핵심은 세전 소득으로 투자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연봉이 8만 달러인데 401(k)에 1만 달러를 넣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러면 세금 계산은 8만 달러가 아니라 7만 달러 기준으로 합니다. 그만큼 당장 내는 세금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더 재미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회사 매칭입니다. 어떤 회사들은 직원이 일정 금액을 넣으면 회사도 돈을 같이 넣어줍니다. 예를 들어 급여의 5%를 넣으면 회사도 5%를 넣어주는 식입니다. 쉽게 말해 공짜 돈이 하나 더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회사 매칭은 절대 놓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401(k)만 있는 건 아닙니다. 개인이 따로 활용할 수 있는 계좌가 IRA입니다.

Traditional IRA는 기본적으로 세금을 나중에 내는 구조입니다. 지금 돈을 넣을 때 세금 공제를 받을 수도 있고, 투자하면서 발생하는 이자나 수익에 대해서는 매년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대신 은퇴 후 돈을 꺼낼 때 세금을 냅니다. 투자 기간이 길수록 이 세금 이연 효과가 꽤 크게 작용합니다.

또 하나 자주 나오는 것이 Roth IRA입니다. 이건 반대로 세금을 이미 낸 돈으로 투자하는 계좌입니다. 지금은 세금 혜택이 없는 대신 나중에 돈을 찾을 때 세금이 없습니다. 원금뿐 아니라 투자 수익까지 전부 세금 없이 인출할 수 있습니다. 젊을 때 시작해서 오래 투자할수록 이 구조가 꽤 유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은퇴 준비 이야기하면서 의외로 많이 언급되는 계좌가 하나 더 있습니다. HSA입니다.

원래는 의료비 계좌인데 절세 효과가 워낙 좋아서 은퇴 준비용으로도 활용됩니다. HSA는 납입할 때 세금 공제가 되고, 계좌 안에서 투자 수익에도 세금이 없고, 의료비로 사용할 때 인출에도 세금이 없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트리플 택스 베네핏" 계좌라고 부릅니다.

투자를 할 때도 세금을 조금 생각하면서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당이 많은 자산은 세금 혜택 계좌에 넣고, 장기 성장형 자산은 일반 계좌에 두는 방식입니다. 같은 포트폴리오라도 어떤 계좌에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세금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기억해 둘 것이 장기 자본이득세입니다. 미국에서는 투자 자산을 1년 이상 보유하면 장기 자본이득세율이 적용됩니다. 일반 소득세보다 낮은 세율입니다. 그래서 단기 매매보다는 오래 들고 가는 전략이 세금 측면에서는 더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은퇴 직전에 하는 전략도 있습니다. Roth conversion이라는 방법입니다. 쉽게 말해 Traditional 계좌의 일부를 Roth 계좌로 옮기는 것입니다. 이때 세금을 한 번 내지만, 이후 인출은 세금 없이 할 수 있습니다. 은퇴 초기에 소득이 낮아지는 시기를 활용해서 이런 전략을 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결국 은퇴 자금 준비라는 것이 단순히 얼마 벌었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금을 어떻게 줄이느냐도 큰 변수입니다.

투자 수익률이 조금 낮아도 세금을 잘 관리하면 결과가 더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은퇴 준비를 이야기할 때 이런 말이 자주 나옵니다. 투자도 중요하지만 세금 구조를 먼저 이해하는 사람이 결국 오래 버틴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은퇴 자금이라는 것도 길게 보면 투자 게임이 아니라 세금 게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