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 모임에 나가면 나오는 가끔 나오는 이야기. "봄·가을엔 한국, 여름·겨울엔 미국에서 살면 딱이다."

말은 참 쉽고 생각해 볼수록 예술입니다. 양쪽 나라의 노른자만 쏙쏙 빼먹는 삶이고 은퇴인생 끝판왕 이야기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현실로 들어오면, 제 눈엔 그게 '그림 속의 떡'을 넘어 '독이 든 성배'로 보입니다.

계산기 두드려본 사람이라면 압니다. 그 '반반 거주'라는 낭만을 유지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얼마나 잔인한지 말입니다.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돈입니다. 반반 거주는 두 집 살림입니다.

한국 집 한 채, 미국 집 한 채. 렌트든 소유든 고정비가 두 배입니다. 관리비, 세금, 공과금, 인터넷, 휴대폰, 보험료, 차량 유지비. 이 모든 게 양쪽에서 동시에 나갑니다. 여기에 항공권 비용이 더해집니다. 1년에 왕복 두 번만 해도 부부 기준 항공권만 만만치 않습니다. 비즈니스나 프리미엄 이코노미라도 타기 시작하면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이걸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상위 소수입니다.

두 번째는 체력입니다. 젊을 때는 장거리 비행도 여행이지만, 60대 넘어간 부부에게는 이거부터 중노동입니다.

12시간 이상 비행하고 시차 적응하고, 공항 이동하고, 짐 풀고 다시 정리하는 과정이 몸을 갉아먹습니다. 이걸 1년에 몇 번 반복하면 건강 관리가 아니라 건강 소모가 됩니다. 특히 관절, 혈압, 심혈관 쪽 문제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 자체가 위험 요인입니다.

세 번째는 의료입니다. 이게 반반 거주를 하면 의료보험 설계 자체가 심하게 꼬입니다.

미국 보험을 유지하면서 한국 체류 기간에는 사보험이나 실비를 따로 들어야 하고, 장기 체류가 되면 한국 건강보험도 검토해야 합니다. 병이 생기면 어느 나라에서 치료받을지 그때 가서 판단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입니다. 응급 상황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어느 나라 병원이 더 낫고, 기록은 어떻게 넘기고, 처방은 어떻게 이어가는지 매번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네 번째는 인간관계입니다. 양쪽 다 완전한 소속이 되지 못합니다.

미국에서 자주 한국 나가는 사람, 한국에서도 오래 머물지 않는 사람이다 보면 결국 교회를 나가건 모임에 나가건 어디에서도 잘 사람들과 교류하기 어렵습니다. 모일때마다 한턱 쏘는것도 하루 이틀이지... 은퇴 후 삶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고립을 피하는 것인데 반반 거주는 오히려 고립을 심화시키는 구조가 되기 쉽습니다.

다섯 번째는 행정과 세금입니다. 세금 거주자 판정, 소득 신고, 계좌 관리, 자산 관리가 복잡해집니다.

어느 나라 세법을 기준으로 움직이는지 매년 계산해야 하고, 작은 실수 하나가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건 일반적인 은퇴자가 감당하기엔 꽤 높은 관리 난이도입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반반 거주는 자산 규모가 커서 (적어도 5백만불 이상+유지되고 있는 금융소득), 전문 회계사와 변호사를 고용해 관리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입니다. 보통 사람에게는 그림 속 이야기입니다.

역이민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료보험 하나 좋다고 한국에 돌아간다고 해서 모든 게 편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인간관계, 문화 스트레스, 주거 비용, 의료 접근, 자녀 문제, 연금과 자산 이동까지 전부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정서적으로는 고향이지만 시스템적으로는 또 다른 나라입니다.

결국 대부분의 보통 사람에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은 한 나라에 기반을 두고, 다른 나라는 방문 형태로 활용하는 구조입니다.

반반 거주는 멋있어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그 멋이 유지되기 위해 치르는 대가가 너무 큽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로만 남기고 선택은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