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 국립공원(Zion National Park) 방문 후기  - Salt Lake City - 1

유타에 살면서 자이언 국립공원(Zion National Park)을 한 번도 안 가봤다고 하면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진으로 볼 때도 멋있지만 직접 가보면 느낌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저는 처음 보면 아마 "미국에 이런 곳이 있었어?"라는 말부터 나올 것 같아요.

자이언은 유타 남서부 스프링데일(Springdale) 바로 옆에 있습니다. 1919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유타 최초의 국립공원이고, 면적도 약 14만7천 에이커나 됩니다. 지금은 매년 수백만 명이 찾아오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인기 국립공원이죠.

그런데 여기서 제일 놀라운 건 역시 바위입니다. 그냥 산이 아니라 거대한 붉은색과 크림색 사암 절벽이 양쪽으로 쫙 올라가 있어요. 자이언 캐니언 안으로 들어가면 절벽 높이가 수백 미터에 달하는 곳도 있어서 사람이 정말 조그맣게 느껴집니다.

가장 유명한 곳을 꼽으라면 엔젤스 랜딩(Angels Landing)이죠. 왕복 약 5.4마일 정도인데 문제는 거리가 아닙니다. 마지막 구간이 아주 가파르고 절벽이 그대로 내려다보여서 고소공포증 있는 분들에게는 만만한 코스가 아니에요. 지금은 마지막 체인 구간을 올라가려면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고 가야 합니다.

저 같으면 처음 방문해서 무리하게 엔젤스 랜딩부터 도전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자이언에는 힘들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코스도 많거든요.

가족과 함께라면 에메랄드 풀스(Emerald Pools) 쪽이 좋고, 강과 절벽 풍경을 편안하게 보고 싶다면 Riverside Walk도 괜찮습니다.

꼭 정상에 올라가야 자이언을 제대로 본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자이언 하면 엔젤스 랜딩과 함께 유명한 것이 더 내로우스(The Narrows)입니다. 이건 정말 특이해요. 일반적인 등산로를 걷는 게 아니라 버진강(Virgin River) 물속을 걸으면서 좁은 협곡 안으로 들어갑니다. 양옆에는 어마어마하게 높은 절벽이 서 있고 그 사이로 물을 거슬러 걸어가는 겁니다.

자이언 국립공원(Zion National Park) 방문 후기  - Salt Lake City - 2

다만 물이 있다고 여름에 무조건 들어가면 안 됩니다. 자이언은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리면 협곡으로 물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플래시 플러드 위험이 있어요.

멀쩡하게 맑은 하늘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되고, 당일 기상과 공원 경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물의 유량이 너무 많거나 위험한 상황에서는 Narrows 이용이 제한되기도 합니다.

여름 더위도 우습게 보면 안 돼요. 낮에는 화씨 100도, 섭씨 38도 안팎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여름에 간다면 아침 일찍 움직이는 게 훨씬 낫습니다. 물도 충분히 준비해야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봄과 가을이 걷기에 가장 편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많이 찾는 계절에는 자이언 캐니언 안쪽으로 일반 승용차를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는 기간이 있습니다. 이때는 공원에서 운영하는 셔틀을 타고 주요 정류장을 이동합니다. 처음에는 불편할 것 같은데 막상 이용해 보면 주차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줄어들어서 오히려 편해요.

자동차 여행을 좋아한다면 Zion-Mount Carmel Highway도 꼭 달려볼 만합니다. 거대한 절벽 사이로 도로가 이어지고 터널을 통과하면 갑자기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운전하면서 계속 "와, 여기 좀 봐" 하게 되는 길이에요.

숙박은 공원 안 Zion Lodge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예약 경쟁이 있는 편이라 많은 사람들이 입구 바로 앞 스프링데일에서 잡습니다. 호텔과 식당이 모여 있고 공원 접근성이 좋아서 하루 자고 아침 일찍 들어가기 편합니다.

밤도 그냥 지나치기 아까워요.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하늘이 어두워지면 별이 정말 많이 보입니다. 낮에는 붉은 절벽을 보고 밤에는 별을 보는 식으로 하루를 보내면 자이언을 제대로 즐겼다는 느낌이 듭니다.

입장료도 확인하고 가야 합니다. 일반 승용차는 보통 7일 이용권 기준 35달러입니다. 그런데 1년에 국립공원을 여러 곳 다닐 생각이라면 America the Beautiful 연간 패스를 알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자이언뿐 아니라 다른 연방 국립공원과 관련 시설을 여행할 때 사용할 수 있어서 여행을 많이 하는 분들에게는 유용합니다.

유타에는 자이언 말고도 브라이스 캐니언, 아치스, 캐니언랜즈, 캐피톨 리프까지 이른바 Mighty 5라고 불리는 다섯 국립공원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처음 유타 국립공원을 경험한다면 저는 자이언을 먼저 추천하고 싶어요.

사진으로 보는 자이언과 직접 협곡 아래에 서서 올려다보는 자이언은 정말 다릅니다. 거대한 절벽 사이로 버진강이 흐르고 그 아래를 사람들이 조그맣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가 살면서 이런 풍경을 실제로 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해집니다.

유타에 살거나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하루만 둘러보고 나오기보다 가능하면 1박 2일 정도 여유를 두고 가보세요. 자이언은 유명해서 가는 곳이 아니라, 한번 다녀오면 왜 그렇게 유명해졌는지 이해하게 되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