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미국 살면서 경마를 꽤 오래 즐겨 본 사람이다. 젊었을 때부터 친구들과 자주 경마장을 갔었다.
경마장에서 비싸다는 경주 말들을 보다 보면 이 녀석들이 동물이 아니라 사람 같은 구석이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유명한 경주마들을 보면 그런 느낌이 더 강하다.
경마장에서 큰 경주를 몇 번이나 이긴 말들은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몸집이 크고 근육이 좋은 것도 있지만, 태도 자체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출발하기전 패독에서 돌 때 보면 머리를 높이 들고 걸어 다닌다. 사람들 시선이 자신에게 향한 걸 아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그걸 볼 때마다 "저 녀석도 자기가 스타라는 걸 아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오래 경마를 보는 사람들은 말의 성격이나 기질이 있다는 걸 다 안다.
어떤 말은 유달이 성질이 드세고, 또 어떤 말은 유난히 대중의 시선앞에서 당당하다.
예전에 지인이 이런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다. 유명한 경주마들 중에는 사람들 앞에서는 아주 당당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경주에서 진 날에는 마방에 돌아와서 한참 조용해지는 말이 있다고 한다.
평소에는 사료도 잘 먹고 움직임도 활발한데, 진 날에는 고개를 숙이고 분한듯 가만히 서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경주마라는 게 평생을 승부를 겨루는 동물이다 보니 그 말도 뭔가 느끼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은 말이 울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물론 사람처럼 눈물을 흘린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경주가 끝난 뒤 혼자 마방에 있을 때, 평소와 다르게 조용해지거나 먹이를 잘 먹지 않는 모습을 보면 "아 저 녀석도 오늘 패배가 마음에 걸리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는 것이다.
경마를 오래 보다 보면 이런 장면들이 자꾸 머릿속에 남는다.
패독에서 머리를 높이 들고 사람들 앞에서는 마치 가오를 잡는 것처럼 당당하게 서 있는 말한마리가 있다.
그런데 막상 경주에서 지고 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나는 그걸 볼 때마다 인간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도 남들 앞에서는 당당한 척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속상해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경마를 볼 때 단순히 돈을 걸고 보는 것 이상으로 말들을 유심히 보게 된다.
어떤 말은 출발 전에 긴장한 모습이고, 어떤 말은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그런 표정 같은 것들이 재미있다.
이제 나도 예전처럼 경마장을 자주 가지는 않지만 TV로 큰 경주가 나오면 여전히 챙겨 본다.
화면 속에서 유명한 경주마가 패독을 돌고 있으면 괜히 오래 바라보게 된다.
저 말도 오늘 자기 체면을 지키려고 열심히 달리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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