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핼러윈 밤에 뉴욕 6번가를 해골 인형이 행진한다는 얘기,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죠? 저는 이 퍼레이드가 원래 대기업 행사나 시 정부 이벤트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시작은 인형극 작가 한 사람이었더라고요. 이름은 랄프 리(Ralph Lee), 배우이자 가면과 인형을 만들던 아티스트예요.
이야기는 1974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버몬트의 베닝턴 칼리지에서 가르치던 그는 캠퍼스 야외 공연을 맡게 됐어요.
무대 하나에서 끝나는 공연이 아니라, 관객이 길을 따라 걸으면서 장면을 하나씩 만나는 방식이었대요. 이 아이디어가 나중에 퍼레이드의 뼈대가 됩니다.
같은 해 핼러윈, 그는 그 형식을 그대로 웨스트 빌리지로 가져왔어요. 출발점은 예술가 주거 공동체인 웨스트베스(Westbeth)의 안뜰이었고요.
처음엔 자기 아이들과 그 친구들을 위한 움직이는 인형극에 가까웠다고 해요. 큰 인형과 가면을 쓴 사람들이 동네 골목을 지나 워싱턴 스퀘어 쪽으로 걸어갔대요.
솔직히 이 대목에서 좀 뭉클했어요. 거창한 기획서도, 스폰서도 없이 그냥 동네 애들 즐겁게 해주자는 마음 하나로 시작한 거잖아요.
이듬해인 1975년엔 규모가 확 커졌어요. 공원에서 보드빌 공연으로 마무리하는 구성까지 생겼다고 하고요.
그해 퍼레이드로 랄프 리는 오프브로드웨이 연극상인 오비상(Obie Award)을 받았어요. 길거리 행진이 연극상을 받았다는 게 진짜 이 퍼레이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이후 퍼레이드는 비영리 단체로 자리를 잡았고, 지금은 진 플레밍(Jeanne Fleming)이 예술감독 겸 프로듀서로 이끌고 있어요. 그녀가 언제부터 맡았는지는 자료마다 연도가 조금씩 달라요.
지금의 퍼레이드는 그때 골목 행진과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예요. 그래도 거대한 인형이 맨 앞에서 길을 연다는 전통은 그대로 남아 있어요.
그 인형들은 프로세셔널 아츠 워크숍(Processional Arts Workshop)이라는 팀이 만들어요. 종이와 천, 빛으로 만든 인형들이 밤거리 위로 둥실 떠가는 모습은 사진으로만 봐도 압도적이에요.
올해 2026년은 53번째 퍼레이드예요. 10월 31일 토요일 저녁 7시에 시작하고, 비가 와도 진행한다고 해요.
코스는 캐널 스트리트에서 출발해 6번가를 따라 15번가까지 올라가는 길이에요. 예전 몇 해엔 종점이 달랐던 적도 있으니 가기 전에 공식 안내를 꼭 확인하세요.
올해 테마는 여러 매체 보도로는 Body & Soul, 몸과 영혼이에요. 멕시코 망자의 날에서 영감을 받은 빛나는 영혼과 춤추는 해골 인형을 준비 중이라고 하네요.
저는 이 테마가 진짜 마음에 들어요. 음식 얘기만 나오면 눈이 반짝이는 사람으로서, 망자의 날은 음식 문화로도 할 얘기가 엄청 많은 명절이거든요.
제단에 고인이 좋아하던 음식을 올리고, 설탕 해골과 판 데 무에르토라는 빵을 나눠 먹어요. 우리 제사상이랑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죠.
죽은 이를 무섭게 쫓아내는 게 아니라 식탁으로 초대한다는 발상이요. 이게 한국 사람한테도 전혀 낯설지 않은 정서라서 더 끌렸어요.
이 퍼레이드의 가장 멋진 점은 참가 방식이에요. 코스튬만 입고 오면 누구든 따로 등록 없이 행진에 낄 수 있어요.
구경도 무료예요. 티켓도, VIP석도 없이 길가에 서면 그게 바로 관객석이에요.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행사가 50년 넘게 살아남았다는 게 사실 좀 놀라워요. 모든 게 유료 체험으로 바뀌는 와중에 길 하나를 통째로 모두에게 열어두는 거니까요.
이민자 입장에서 보면 이게 꽤 큰 의미예요. 영어가 서툴러도, 이 동네에 연고가 없어도, 가면 하나만 쓰면 그날 밤만큼은 똑같은 참가자가 되잖아요.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특히 사랑하는 행사로 유명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어요.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자기 모습 그대로 거리에 나설 수 있는 밤인 거죠.
현실적인 팁도 몇 가지 드릴게요. 행진에 참가하려면 캐널 스트리트와 6번가 근처 집결지로 가면 되고, 입장 시간은 공식 사이트에서 미리 확인하세요.
그날 밤 주차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돼요. 주최 측도 지하철 이용을 권하고 있어요.
구경만 할 거라면 일찍 자리를 잡는 게 답이에요. 출발 지점 근처는 사람이 정말 몰리니까 조금 위쪽 블록을 노려보세요.
그리고 배고픈 상태로 가지 마세요, 진심으로요. 행진이 길어서 중간에 식당 들어가기도 쉽지 않거든요.
저라면 낮에 빌리지에서 든든하게 먹고, 따뜻한 음료 하나 들고 6번가로 걸어가겠어요. 해골 분장은 간단하게 페이스 페인팅 정도면 충분하고요.
인형극 작가 한 명이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동네 행진이 지금은 뉴욕의 상징이 됐어요. 거대한 예산보다 진심 하나가 더 멀리 간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라서 저는 이 퍼레이드가 정말 좋아요.

은하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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