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방위로 총을 사용할 수 있는 범위, ‘Stand Your Ground’ - Los Angeles - 1

미국의 'Stand Your Ground'라는 법은 무엇인가?

LA에서 오래 살았지만 미국 법을 보면 "한국하고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구나" 싶은 게 많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Stand Your Ground입니다. 의미는 '위험하다고 자리를 피해서 무조건 먼저 도망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편의점 주차장에 있는데 강도가 칼을 들고 나를 죽일듯 휘두르며 달려온다고 해봅시다.

뒤로 도망갈 길이 있더라도 Stand Your Ground 원칙이 적용되는 곳에서는 정당방위 요건이 갖춰졌다면 반드시 먼저 도망칠 법적 의무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이게 '맞서 무기들고 싸우라는 법'도 아니고 '총을 마음대로 쏴도 된다는 법'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상대방이 욕하거나 시비를 건 정도로는 안 됩니다.

죽거나 심각하게 다칠 수 있는 위험이 바로 눈앞에 있고, 그 위험을 막기 위해 그런 수준의 방어가 필요하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Stand Your Ground에서 'Ground'는 정당하게 내가 있는 장소에서 위험을 당했을 때 '반드시 등을 돌리고 도망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미 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 말을 듣고 총 가진 사람이 자기 땅을 지키는 법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핵심은 땅도 아니고 총도 아니었습니다.

핵심은 딱 하나, "생명이 위험한 공격을 받았을 때 도망갈 수 있더라도 반드시 도망가야 하느냐?"입니다.

원래 영미법의 정당방위에는 Duty to Retreat, 즉 '후퇴 의무'라는 개념이 있었습니다.

상대방이 나를 공격하더라도 안전하게 피할 방법이 있다면 사람을 죽일 정도의 힘을 사용하기 전에 먼저 피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집에서는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강도가 내 집에 들어왔는데 "뒷문으로 도망갈 수 있었잖아요"라고 집주인에게 요구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죠.

여기서 나온 오래된 개념이 Castle Doctrine입니다. '내 집은 나의 성'이라는 뜻으로, 집에서는 일정한 정당방위 상황에서 후퇴할 의무가 없다는 겁니다.

이 Castle Doctrine 때문에 상식적으로 미국에서 남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했다가 총맞아 죽어도 정당방위라는 개념이 나온겁니다.

정당방위로 총을 사용할 수 있는 범위, ‘Stand Your Ground’ - Los Angeles - 2

그래서 Stand Your Ground는 이 생각을 집 밖으로 넓힌 것으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내가 합법적으로 있을 수 있는 길거리나 상점 같은 장소에서 죽거나 크게 다칠 급박한 위험에 처했다면, 정당방위 요건이 갖춰진 경우 "도망갈 수도 있었잖아"라는 이유만으로 방어권을 잃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2005년 플로리다가 이를 법으로 명확히 규정하면서 Stand Your Ground라는 말이 미국 전역에 알려졌습니다.

현재는 30개가 넘는 주가 법이나 판례를 통해 합법적으로 있는 장소에서 후퇴할 의무가 없다는 원칙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위험하다고 느끼면 총을 쏴도 된다"는 법은 아닙니다.

상대가 욕을 했다고 쏘는 것도 아니고, 주차 문제로 싸우다가 열받았다고 총을 꺼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하려면 일반적으로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곧 죽거나 심각하게 다칠 위험이 있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합니다.

플로리다 법도 이런 '임박한 죽음 또는 중대한 신체상해'를 중요한 조건으로 두고 있습니다.

그럼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는 어떨까요?

여기서 조금 재미있어집니다. 캘리포니아에는 플로리다처럼 'Stand Your Ground Act'라는 이름의 법은 없습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 법원의 배심원 지침에는 정당방위나 타인방어가 성립하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후퇴할 의무가 없다고 합니다.

즉 이름은 달라도 비슷한 원칙이 판례와 배심원 지침에 들어가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공원에서 어떤 사람이 총을 꺼내 사람들에게 마구 총격을 시작했다고 해봅시다.

그곳에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지하고 있던 사람이 그 총격범에게 총을 쏴서 다른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 캘리포니아에서도 정당방위, 정확히는 '타인에 대한 방어'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 정말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치명적 무력이 필요했다고 합리적으로 믿을 만했느냐입니다.

결국 Stand Your Ground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총을 쏴도 되는 법"이 아니라 "정당방위가 성립하는 위험한 상황에서 반드시 먼저 도망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원칙입니다.

저도 한국에서 병장으로 제대해서 총을 쏴봤지만 실탄이라는 게 한번 나가면 다시 주워 담는 물건이 아닙니다.

법적으로 맞설 권리가 있는 것과 실제 생활에서 굳이 총격전에 뛰어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피할 수 있는 싸움이면 피하고 집에 무사히 들어가는 게 제일 낫습니다.

다만 정말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왔을 때 미국 법은 어디까지 자기방어를 인정하는가, 바로 그 문제에서 나온 것이 Stand Your Ground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