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5주년을 맞아 기념할 게 없을까 하며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요즘 신혼부부들 반지 트렌드를 보게 됐는데, 요즘 20~30대 커플들 사이에서 'No Diamond'가 유행이란다.

정말이야? 다이아 없이 프로포즈라니?

그런데 내용을 읽다 보니 설득이 되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나는 다이아 대신 루비 반지를 골랐어요. 그게 나답고, 내 스타일이니까요."

사실 다이아는 변함없는 클래식이긴 하다. 반짝이고, 고급스럽게 보이면서 어울리고, '영원'을 상징하는 돌이라는 이미지도 강하다.

그래서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다이아에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다이아가 아니라고 해서 이상한 건 아니란 흐름도 점점 커지고 있는 중이다. 오히려 요즘은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 같은 컬러풀한 보석이 더 주목받는다. 각자의 개성과 사랑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다이아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전통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전통이라는 것도 비교적 최근에 생긴 문화다. 고대 이집트 시절부터 약혼 반지 풍습은 있었지만, 다이아가 들어간 건 중세 이후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약혼 = 다이아몬드' 공식을 만들어낸 건 바로 1938년, 광고회사 N.W. Ayer와 다이아몬드 기업 De Beers의 마케팅이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문구도 이때 탄생했는데, 이 캠페인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1939년에는 15%였던 다이아 반지 비율이 1990년에는 무려 80%까지 올라간다. 말 그대로 다이아는 전통이 아니라 광고가 만들어낸 환상이었던 셈이다.

그러니까 요즘 젊은 세대가 '다이아 아닌 반지'를 선택하는 것도 꼭 유행 타는 철없는 행동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자신의 취향, 가치관, 관계의 의미에 더 집중한다. 어떤 커플은 사파이어가 두 사람의 평온한 관계를 닮았다고 하고, 어떤 이는 루비의 강렬한 색이 둘 사이의 열정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이게 실용적인 이유도 있다. 컬러 스톤은 가격이 더 합리적이고 다이아보다 유니크한 디자인도 더 많다.

게다가 요즘은 셀럽들까지 다이아 이탈 선언을 하는 시대다. 제시카 심슨은 루비 반지를 받았고, 엘리자베스 헐리는 샤인 워른에게 사파이어 반지를 받았다. 이런 셀럽 트렌드는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건, 반지의 재료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미다. 어떤 사람에게 다이아는 영원한 상징일 수 있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다이아가 전혀 감동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 반지가 둘 사이의 이야기를 얼마나 솔직하게 담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제는 '왜 다이아를 안 샀냐'보다, '왜 이 보석을 선택했냐'가 더 흥미로운 질문이 된 세상이다.

결혼 15주년을 기념하며 나도 괜히 내 반지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게 됐다.

세상은 변했고, 반지의 의미도 함께 변해간다.

다이아몬드든 아니든, 그 반지가 의미 있게 느껴진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