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트마이어스 이사 오기 전에 인터넷에서 치안을 검색했다가 저도 좀 겁을 먹었습니다.
범죄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다느니, 폭력범죄가 많다느니 하는 숫자가 줄줄이 나오는데 아니, 은퇴자들이 그렇게 많이 내려가 사는 동네가 왜 이래 싶은 겁니다. 그런데 막상 돌아다녀 보니까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여기는 정말 어느 동네에 사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포트마이어스 전체 통계만 보고 도시 전체가 위험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는 범죄가 일부 지역에 상당히 집중돼 있다는 겁니다. East Fort Myers와 Dunbar 일부 지역, 다운타운 동쪽의 오래된 주택가 중에는 밤에 굳이 돌아다니고 싶지 않은 곳들이 있습니다. 낮에는 별것 없어 보여도 해가 지면 분위기가 달라지는 블록도 있어요.
그래서 집값 싸다고 덥석 계약하면 안 됩니다. 포트마이어스에서는 차로 10분, 심하면 몇 블록만 이동해도 주택과 거리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월세가 주변보다 300달러 싸다고 좋아했는데 막상 밤마다 주차장이 신경 쓰이고 밖에 나가기 불편하면 그 300달러 아낀 게 아낀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South Fort Myers, Gateway, Daniels Parkway 주변이나 Estero 방향의 계획개발 지역으로 내려가면 느낌이 상당히 달라집니다. 신축 주택과 아파트가 많고 도로와 상업시설도 정돈돼 있습니다. 게이트가 있는 커뮤니티도 많아서 은퇴자나 가족 단위 주민들이 선호합니다. Cape Coral 역시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포트마이어스 시내 일부 지역보다 조용한 주택가가 많은 편입니다.
그렇다고 좋은 동네에서는 아무 일도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기서 제가 제일 신경 쓰는 건 자동차입니다. 차 문을 잠그는 건 기본이고 가방이나 노트북, 쇼핑백을 좌석에 보이게 두면 안 됩니다. 설마 이걸 가져가겠어 싶은 물건도 그냥 트렁크에 넣는 게 마음 편합니다.
택배도 마찬가지입니다. 온라인 주문을 많이 하는 집이라면 현관 카메라 하나 정도는 이제 사치가 아니라 생활용품입니다. 특히 오래 집을 비울 때 택배 상자가 며칠씩 현관 앞에 쌓이는 건 집에 사람 없다고 광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허리케인이 지나간 뒤에는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집 고쳐주겠다는 사람들이 갑자기 얼마나 많이 나타나는지 모릅니다. 지붕 수리해준다, 나무 치워준다면서 큰돈을 먼저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어서 업체 면허와 보험을 확인하지 않고 선금부터 주면 안 됩니다.
제가 집을 다시 구한다면 범죄통계만 보는 게 아니라 직접 밤에 가보겠습니다. 저녁 9시쯤 차로 한 바퀴 돌아보고 주차장 조명은 밝은지, 주변 상점 분위기는 어떤지, 사람들이 어떻게 다니는지를 보는 겁니다.
포트마이어스가 무서워서 못 살 도시는 아닙니다. 다만 아무 데나 집을 얻어도 똑같은 도시도 아닙니다. 월세 200~300달러 아끼겠다고 동네 확인을 대충 했다가 매일 불안하게 사느니 조금 더 주더라도 밤에 편하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을 고르는 게 낫습니다. 나이 들수록 집은 싸기만 한 게 장땡이 아니라 마음 편하게 문 열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최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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