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나(Savannah)를 여행하면 꼭 보게되는 사바나 강(Savannah River)은 바다가 아닌데도 바다처럼 넓고, 강바람이 세게 부는 날엔 파도가 일렁이는 느낌까지 준다. 이 강가가 사바나 여행의 핵심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강을 따라 걷고, 배를 타고, 식사를 하고, 누군가는 한참 앉아 음악을 듣고, 또 누군가는 그냥 바람만 맞고 간다. 느긋하게 시간을 쓰는 법을 강가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가장 유명한 곳은 리버 스트리트(River Street)다. 오래된 벽돌 건물, 좁은 돌계단, 기념품 가게, 바비큐 냄새, 거리 음악까지 뒤섞여서 사바나 특유의 생동감을 만든다. 건물들은 예전에 창고와 무역 창고로 쓰였던 곳들인데, 지금은 레스토랑, 펍, 초콜릿 가게, 갤러리로 변신해 있다. 강가 전체가 작은 테마파크 같지만, 인위적이지 않고 오래된 도시의 공기를 그대로 품고 있어 묘하게 낭만적이다. 강변 펍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배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관광지"라는 말보다 "살고 싶은 동네"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리버 스트리트를 걸으면 페리를 타는 경험도 놓칠 수 없다. 무료 페리인 '사바나 벨스 페리(Savannah Belles Ferry)'를 이용하면 도심을 강 건너 호텔이나 쇼핑 지구로 옮겨갈 수 있다. 관광객은 단순 이동이 아니라 강 위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즐거움 때문에 탄다. 해 질 무렵 페리를 타고 강 한가운데서 도시를 바라보면 건물들이 주황빛으로 물들고, 강 위로 바람이 부드럽게 스친다. 이 시간을 위해 페리를 타는 사람이 많다. 배를 타고 부둣가를 오가며 찍는 사진 한 장이 사바나 여행의 대표 추억이 되곤 한다.

강가에서 빠질 수 없는 또 하나는 먹거리다. 사바나는 특유의 해산물 문화가 있는데, 강과 바다를 동시에 누리는 도시답게 새우 요리가 특히 유명하다. 강변 레스토랑에서는 '슈림프 앤 그릿츠(Shrimp & Grits)'를 꼭 추천한다. 남부 스타일의 옥수수 죽 같은 그릿츠 위에 버터와 간장 풍미가 섞인 소스와 탱글한 새우가 올라가는 이 메뉴는 사바나를 제대로 경험하는 맛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스파이시한 시푸드 보일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강바람 맞으며 먹는 해산물은 실내보다 두 배쯤 맛있게 느껴진다.

강가에 앉아 거리 예술가들을 구경하는 것도 사바나만의 분위기를 만든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그림을 그리는 사람, 역사와 해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이드까지 모두 한 장면 안에 녹아 있다. 도시가 오래되어 낡은 게 아니라, 오래돼서 멋스럽다는 걸 여기서 느끼게 된다. 누군가는 벤치에 앉아 몇 시간을 보내고, 누군가는 사진만 찍고 떠나지만 모두가 같은 공기를 공유한다. 천천히 걷는 것이 여행의 정답이라는 걸 알려주는 도시다.

강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히스토릭 디스트릭트(Historic District)가 이어지는데, 강에서 느끼던 감성이 그대로 옮겨온다. 스페인 이끼가 늘어진 나무 아래 오래된 집들과 광장이 이어지고, 유령 투어를 하는 사람들이 어슬렁거린다. 사바나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가 강에서 육지로 확장되는 느낌이다. 강가에서 시작한 여행이 도시 전체의 스토리로 이어지는 셈이다.

결국 사바나에서 강가는 단순한 관광 코스가 아니라 도시의 리듬을 느끼는 공간이다. 강물을 바라보며 시간을 버리고, 실컷 먹고, 걷고, 앉고, 바람을 맞는 곳. 계획을 세우기보다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는 여행이 잘 어울리는 도시. 사바나의 강가에서 보내는 시간은, 느릿하게 흘러가는 물처럼 마음을 천천히 풀어주고, 여행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사바나는 볼거리보다 '머무르는 방식'을 즐기는 여행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