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는 날씨가 워낙 급변하는 지역이다 보니 여기 살면서 날씨 뉴스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습니다.
특히 여름철이면 어디선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홍수가 났다"는 뉴스가 들려오는데,커 카운티(Kerr County)홍수는 보고도 믿기 힘든 재난이었습니다. 7월 초순, 불과 이틀 사이 쏟아진 폭우로 과달루페 강이 범람했고, 마치 평화롭던 강이 '괴물'이 된 듯 마을 전체를 덮쳤죠. 사망자만 121명, 실종자는 170명 이상. 이건 그냥 천재지변 수준이 아니라, 역대급 참사라고밖에 할 수 없더라고요.
그리고 그런 현장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7월 11일, 참사 발생 8일 만에 방문했습니다. 솔직히 요즘 미국 정치 뉴스는 너무 시끄러워서 관심을 끊고 살았는데, 이번만큼은 저도 눈을 떼지 못했어요.
트럼프는 현장을 둘러보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100년 넘게 뿌리내리고 있던 나무들이 뿌리째 뽑혔다. 좁은 강이 범람해서 괴물이 됐다. 나는 허리케인도, 토네이도도 많이 봤지만, 이런 건 처음이다."
사실 이건 그냥 수사나 정치적 멘트가 아니에요. 피해 지역 사진이나 영상만 봐도, 그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물살이 얼마나 셌으면 수십 년 된 나무들이 다 뽑혀 나가고, 자동차는 전봇대에 걸려 있고, 집 전체가 흘러가 버렸더라고요.
더 마음 아팠던 건, 이번에 피해를 입은 이들 중에 '캠프 미스틱(Camp Mystic)' 여름캠프에 참가한 여학생들이 있었다는 겁니다. 이 캠프는 1926년에 설립된, 내년이면 100주년이 되는 텍사스의 대표적인 크리스천 여름 캠프예요. 그런데 이곳에서만 최소 27명의 소녀들이 숨졌다고 해요.
트럼프는 그 아이들을 "어린 천사들"이라 표현했고, "하나님께서 그들을 천국에서 품어주시리라 믿는다"며 위로의 말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늘 말수가 적은 멜라니아 여사도 직접 애도의 말을 전했다는 점이었어요.
"아이들의 부모를 만났고, 손을 잡고 함께 기도했습니다.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드렸습니다."
이런 자연재해 앞에서는 정치고 이념이고 다 무의미해지는 것 같아요. 트럼프와 텍사스 주지사 그레그 애벗은 서로 "정치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가까운 사이"라고 말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누가, 어떻게, 이 피해자들을 도와주느냐겠죠.
현재도 실종자 수색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애벗 주지사 역시 "우리는 여기에 오랫동안 머무를 준비가 되어 있다. 모든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겠다"고 말했어요.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느끼는 건, 정말 '우리 동네'에도 이런 일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기후는 예측이 안 되고, 강은 조용히 흐르다가 어느 날 괴물이 되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잊지 않고, 돕고, 대비하는 것. 자연은 예측할 수 없지만, 마음은 준비할 수 있다고 믿어요.
이번 비극이 그냥 잠깐의 뉴스거리로만 사라지지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어린 천사들이 하늘에서 편히 쉬고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