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캐롤라이나 랠리. 여기 살기 좋냐고 물으면 나도 "응, 좋아"라고 한다. 거짓말은 아니다.

집값은 뉴욕이나 캘리포니아에 비하면 양반이고, 듀크(Duke)니 UNC니 좋은 대학도 많고, 사계절이 있으면서도 겨울이 그렇게 혹독하지도 않다. 경제도 나쁘지 않아서 샬럿 쪽엔 금융 회사가 몰려 있고, 리서치 트라이앵글 쪽은 테크랑 바이오가 계속 커지고 있다. 숫자로 보면 진짜 살기 좋은 주가 맞다.

나는 한국에서 중학교까지 다니다가 여기 왔다. 하이스쿨 졸업하고, 커뮤니티 칼리지 2년 다니고, 이것저것 일하다가 결혼하고 지금은 가정주부다. 가끔 파트타임으로 이것저것 하면서 지낸다. 평범하다. 진짜 평범하다.

노스캐롤라이나가 살기 좋다는 건 나도 인정한다. 자연환경? 산도 있고 바다도 있고 호수도 있다. 주말에 아이들 데리고 하이킹 가면 진짜 예쁘다. 커뮤니티도 나쁘지 않다. 이웃들 friendly하고, HOA 미팅 같은 것도 있고. 근데 그 friendly라는 게 뭐냐면, "Hey! How are you?" 하고 웃으면서 인사하고 끝인 거다. 딱 거기까지다. 그 웃음 너머로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

한국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가끔 생각한다. 동네 엄마들이랑 카페에서 수다 떨고, 별일 아닌 걸로 같이 웃고, 누가 힘들면 "야 너 괜찮아?" 하고 자연스럽게 물어보는 그런 거. 여기는 그게 없다. 없다는 게 아니라, 만들려면 엄청난 노력이 든다. 커피 한 잔 마시자고 텍스트 보내면 "Let me check my schedule" 하고 2주 뒤에나 시간이 된다.

풀타임으로 일할 때는 그래도 나았다. 회사에서 사람들 만나니까 억지로라도 대화가 됐다. 근데 집에 있으면 하루 종일 대화 상대가 아이들이랑 남편뿐이다. 아이들한테 "엄마 오늘 좀 외로워"라고 말할 순 없잖아. 그래서 웃는다. 괜찮은 척하면서. 근데 그 웃음을 받아줄 세상이 어디 있냐고.

노스캐롤라이나는 객관적으로 살기 좋은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생활비 합리적이지, 교육 괜찮지, 기후 온화하지, 자연 풍부하지. 그래서 사람들이 계속 이사 온다. 근데 재밌는 게 뭐냐면, 조건이 다 갖춰져 있으니까 오히려 외로움을 말하기가 어렵다. "여기 이렇게 좋은데 뭐가 불만이야?"라는 소리가 들릴 것 같으니까.

허리케인 올 때 대비하라는 건 다 알려주면서, 이 조용한 고립감에 대해서는 아무도 안 알려준다.

그냥 이 나라에서 어른이 된 다음에 진짜 친구를 만든다는 게 어렵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