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겨울은 잘때 은근히 추위가 느겨지는 추위입니다. 영하로 떨어지지는 않지만 바닷바람이 스며드는 듯한 으슬으슬한 냉기가 집 안 구석구석을 파고듭니다. 히터를 하루 종일 돌리자니 난방요금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맨몸으로 버티기에는 너무 춥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전기담요를 쓰게 되었습니다.

특히 한국 분들은 미국에 살면서 건강과 전자파를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레 고가 브랜드에 눈이 가곤 합니다. 저 역시 그런 마음으로 큰맘 먹고 320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쉴드라이트 전기장판를 구매했습니다. 특수 동선, 전자파 없는 전기장판이라는 설명을 보며 "역시 비싼 게 다르겠지"라고 믿고 침대에 깔고 잤습니다. 처음 두 해는 따뜻하고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3년째 되는 해에 갑자기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고, 미국 교포들 리뷰를 보니까 고쳐 쓰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한국처럼 동네 서비스센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본사에 리턴하고 수리 견적을 받다 보니 비용이 새 제품 가격에 가깝게 나왔습니다. 결국 수리도 못 하고 버리게 되니 허탈함이 컸습니다.

300달러가 넘는 제품이 고작 3년 만에 소모품처럼 고장 나버리니 "내가 돈낭비 했구나"라는 생각만 계속 들었습니다.

그때 깨달은 결론은 전기담요는 일정 기간 쓰고 교체하는 소모성 가전제품으로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이 아마존이었습니다. 평점이 높고 리뷰가 수만 개 달린 40달러대 전기담요를 골랐습니다. 선빔, 비드포드 같은 대중 브랜드부터 아마존 자체 제품까지 써보니 체감 따뜻함은 300달러짜리와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기능은 더 좋은것 같네요.


요즘 저가형 전기담요의 가장 큰 장점은 타이머 기능입니다. 2시간, 4시간, 10시간 자동 차단이 기본이라 자기 전에 켜두고 잠들어도 안전합니다. 샌프란시스코 새벽이 춥다고 밤새 켜둘 필요가 없습니다.

온도 조절도 매우 세밀합니다. 처음에는 강하게 예열했다가 잠들기 전 낮은 단계로 줄이면 밤새 쾌적합니다. 전기세 부담도 줄고 과열 걱정도 덜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점은 세탁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컨트롤러만 분리하면 세탁기에 넣어 돌릴 수 있습니다. 저는 세탁망에 넣고 약한 코스로 돌린 뒤 자연 건조를 합니다. 이렇게 관리하니 습한 샌프란시스코 겨울에도 냄새 걱정 없이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확신합니다. 샌프란시스코 겨울을 나기 위해 수백 달러짜리 프리미엄 담요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아마존에서 리뷰 많은 40달러대 제품이면 충분합니다. 플란넬이나 셰르파 소재를 고르면 전원을 켜지 않아도 포근합니다.

고장 나면 스트레스받지 말고 새로 사는 게 가장 합리적입니다. 320달러면 40달러짜리를 매년 바꿔도 8년을 쓸 수 있는 돈입니다. 차라리 매년 새 담요를 쓰는 게 마음도 편합니다.

결국 가장 따뜻한 건 브랜드 이름이 아니라 부담 없이 쓰고 깨끗하게 빨아 쓸 수 있는 가성비 담요였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길고 축축한 겨울밤, 저는 이제 아마존 표 40달러 전기담요 하나로 충분히 따뜻하게 잠듭니다.

이번 겨울, 으슬으슬한 한기는 값비싼 제품이 아니라 실용적인 전기담요 한 장으로 날려보내셔도 충분하다고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