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반도체를 두고 미국, 유럽, 중국이 서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싸움이 벌어질 때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곳은 자동차 공장 같은 실제 생산 현장입니다. 자동차 한 대에는 수백 개의 반도체가 들어가는데, 그 중 하나라도 제때 공급이 안 되면 공장 전체가 멈춰버릴 수 있습니다.
자동차 한 대에는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반도체가 들어갑니다. 기본적인 엔진 제어부터 시작해서 주행 안정, 안전, 편의 기능까지 모두 칩으로 작동하죠. 예를 들어 엔진 제어 유닛(ECU)에는 마이크로컨트롤러(MCU) 가 들어가 연료 분사량, 점화 시기, 배기가스 제어를 담당합니다. 브레이크나 에어백, ABS 시스템에는 센서용 아날로그 칩과 전력반도체(파워트랜지스터) 가 사용되어 빠르게 반응합니다.
또 요즘 차에는 전자식 파워스티어링, 자동변속기 제어, 전자식 윈도우 등 수많은 전력 제어 칩(IGBT, MOSFET) 이 들어갑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나 네비게이션, 후방 카메라, 전자식 계기판에는 프로세서, 메모리, 그래픽 칩이 사용되고, 전기차의 배터리 관리 시스템에는 전압·전류 센서칩과 충전 제어칩이 필수입니다. 최근엔 자율주행용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센서용 AI 반도체와 통신칩까지 더해져, 차량 한 대에 평균 1,000개 이상의 반도체가 쓰이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코로나 팬데믹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죠. 당시 전 세계 공장들이 문을 닫고 물류가 막히면서, 자동차 회사들은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완성차 업체들이 미리 반도체 재고를 줄여놨던 것이 화근이었어요. 갑자기 자동차 수요가 다시 늘었는데, 이미 반도체 생산 라인은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용으로 돌아가 있어서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다양한 칩을 만들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때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반도체 부품 하나 때문에 공장 전체가 멈출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번에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넥스페리아(Nexperia)라는 반도체 회사가 있는데, 2018년에 중국 기업 윙텍(Wingtech)이 인수했습니다. 그런데 2025년 9월, 네덜란드 정부가 "국가 안보와 기술 유출 위험이 있다"며 이 회사를 정부가 직접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회사의 중요한 결정을 하려면 정부 승인이 필요하게 된 거죠. 그 과정에서 중국인 CEO가 물러나고 임시 CEO가 새로 임명됐습니다.
이에 중국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중국 남쪽의 동관(Dongguan)에 있는 넥스페리아 공장에서 만든 반도체 칩의 수출을 한동안 막아버린 겁니다. 문제는 이 회사가 자동차에 들어가는 일반 반도체를 많이 생산한다는 점입니다.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이 넥스페리아 제품에 의존하고 있어서, 중국 공장이 멈추면 유럽 공장들도 동시에 영향을 받습니다.
실제로 본사에서는 칩의 원재료인 웨이퍼를 제때 공급하지 못했고, 중국 공장은 수출이 막히면서 생산라인이 꼼짝 못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 결과 자동차 회사들은 부품 납기와 생산 계획을 다시 짜야 했고, 일부는 급하게 다른 공급처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이미 2024년 말에 윙텍을 '수출통제 명단'에 올려 기술과 장비를 사는 걸 막았고, 2025년에는 그 제재를 넥스페리아 같은 자회사까지 확대했습니다. 네덜란드는 "우리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하지만, 중국은 "정당하게 인수한 회사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 싸움의 결과, 공장들은 '부품은 있는데 세관을 통과 못 해서 못 쓰는' 웃지 못할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용 반도체는 다른 공장으로 쉽게 옮겨 만들 수도 없어요. 자동차 부품은 품질 인증이 복잡하고, 바꾸려면 다시 시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럽연합(EU)은 네덜란드와 중국이 장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체계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미국과 중국도 일부 수출 제한을 완화하는 조건을 논의 중입니다. 앞으로는 단기적으로 출하가 재개되고, 중기적으로는 유럽 안에 테스트·조립 공장을 더 짓고, 장기적으로는 정치적 위험을 가격에 포함하는 계약 관행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번 사건은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공급망이 얼마나 정치와 가까운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팬데믹 때처럼 반도체 하나로 자동차 산업이 멈출 수 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깨닫게 된 셈이죠.
앞으로 이기는 기업은 더 크게 싸우는 쪽이 아니라 이런 위험을 미리 계산하고 대비해 두는 곳일 겁니다.


대권선생OC






미서부 의대생 연합회 | 
대박전자제품 CNET | 
해피 투게더 213 | 
San Jose Pop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