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여행을 하다 보면 바다와 산, 바람과 하늘까지 전부 '살아 있는 존재'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건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실제로 하와이 원주민들이 그렇게 믿고 살아왔기 때문이에요. 하와이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토속신앙, 즉 하와이 전통 종교가 있습니다. 하와이 사람들이 자연을 대할 때 "알로하(Aloha)"라는 인사를 넘어서 존경의 마음을 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하와이의 토착 종교는 다신교예요. 신이 하나가 아니라, 자연의 모든 것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습니다. 바다에는 '카나로아(Kanaloa)'가 있고, 불과 화산에는 '펠레(Pele)'가 있습니다. 바람의 신은 '라카(Laka)', 농사의 신은 '로노(Lono)', 전쟁의 신은 '쿠(Ku)', 바다의 신은 '카네(Kane)'예요. 각각의 신들은 자연의 현상과 인간의 삶을 연결하는 존재로 여겨졌죠. 예를 들어 폭풍이 몰아치면 '카나로아의 분노'라 하고, 화산이 분출하면 '펠레 여신이 깨어났다'고 표현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존재는 불의 여신 '펠레(Pele)'입니다. 하와이 빅아일랜드에 있는 킬라우에아(Kīlauea) 화산은 펠레의 거처로 알려져 있어요. 현지 사람들은 지금도 펠레를 단순한 신이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로 생각합니다. 화산이 폭발하면 뉴스에서도 "펠레가 이동하고 있다(Pele is moving)"라는 표현을 쓰기도 해요. 관광객들이 용암 조각이나 검은 돌('펠레의 눈물'이라 불리는 오브시디언)을 기념품으로 가져가면 불운이 따른다는 이야기도 이 전설에서 비롯됐어요. 실제로 하와이 국립공원에는 "펠레에게 돌을 돌려달라"는 편지가 매년 수천 통씩 도착한대요. 누군가 기념으로 가져갔다가 일이 꼬이자 다시 돌려보내는 거죠.

하와이 원주민들의 종교에는 '카푸(Kapu)'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일종의 금기나 성역 같은 거예요. 신성한 지역, 즉 헤이아우(Heiau)라 불리는 제단이나 사원에선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고, 특정 계급의 사람만 접근할 수 있었어요. 또한 여성은 특정 기간 동안 바다에서 수영하거나 특정 음식을 먹지 못하는 등의 규범도 있었죠.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당시엔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않기 위한 일종의 '생태적 법' 역할을 했어요. 하와이 사람들에게 카푸는 단순한 종교적 규칙이 아니라,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방법이었습니다.

헤이아우(Heiau)는 하와이 섬 곳곳에서 볼 수 있어요. 돌로 쌓은 제단 형태인데, 크기와 용도가 다양합니다. 어떤 헤이아우는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또 어떤 곳은 전쟁의 승리를 빌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대표적인 예로는 빅아일랜드의 '푸우호누아 오 호나우나우(Puʻuhonua o Hōnaunau)'가 있습니다. 이곳은 '피난의 신전'으로 알려져 있는데, 고대 하와이 시대에 법을 어기거나 전쟁에서 패한 사람들이 이곳으로 도망치면 처벌받지 않고 용서받았다고 해요. 지금은 국립역사공원으로 지정돼 있지만, 여전히 현지인들은 이곳을 '성지'로 여깁니다.

하와이 원주민들은 신을 인간보다 위에 두지 않았어요. 오히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존재'로 봤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종교는 신에게 복을 비는 형식이라기보다, 자연의 균형을 지키는 행위에 가까웠죠. 예를 들어 어부들은 바다에 나가기 전, 파도와 바람에게 인사를 올렸고, 농부들은 씨를 뿌리기 전 땅에 손을 대고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그 행위는 의식이라기보다 일상의 일부였어요.

이런 전통은 현대 하와이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하와이 주민들은 축제나 의식을 시작할 때 '호오쿠푸(ho'okupu)'라는 제물을 바칩니다. 보통 과일이나 꽃, 혹은 물건을 헌정하며 "마할로(감사합니다)"라고 외치죠. 또 훌라(Hula) 춤도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신에게 바치는 제사 의식의 일부에서 비롯됐어요. 훌라의 동작 하나하나가 바람, 파도, 불, 별, 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지에서 훌라를 '춤의 언어'라고 부릅니다.

하와이의 종교는 기독교가 전파된 이후 많이 변화했지만, 여전히 그 뿌리는 남아 있어요.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도 화산에 올라가면 펠레에게 인사를 하고, 바다에서 낚시할 때는 카나로아에게 마음속으로 말을 건넵니다. 그것이 미신이 아니라, '감사'의 표현이라는 걸 모두 알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