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마우이섬의 중심 도시인 카훌루이(Kahului)에서 보는 석양은 오아후(Oʻahu)에서 보는 그것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둘 다 같은 하와이 제도 안에 있지만, 공기의 결, 바람의 흐름, 그리고 지형이 만들어내는 빛의 각도까지 전부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이에요. 오아후의 석양은 도시의 색이고, 마우이의 석양은 자연의 숨결이다로 할 수도 있겠네요. 시적인 감흥이 갑자기 돋는군요 ㅎㅎ.

오아후의 석양은 관광객들이 붐비는 해변, 호텔 조명, 파라솔, 그리고 저 멀리 다이아몬드 헤드(Diamond Head)가 실루엣처럼 서 있는 장면이 하나의 그림이죠. 태양은 대체로 서쪽 바다 위로 지기 때문에, 빌딩 사이로 번지는 노을빛이 황금색으로 반사됩니다. 그만큼 도시의 열기와 인공조명이 섞여 있어서 자연 그대로의 '붉은 빛'보다는 조금 부드럽고 로맨틱한 느낌이에요.

반면 카훌루이에서 보는 석양은 훨씬 더 '날것'에 가깝습니다. 인공적인 기분이 안들고 태고의 느낌입니다.

여긴 서쪽으로는 웨스트 마우이 마운틴(West Maui Mountains), 동쪽으로는 거대한 할레아칼라(Haleakalā) 화산이 마주하고 있죠. 그래서 해가 질 때면 이 두 산맥 사이로 노을이 흘러내립니다. 공기 중의 습기와 먼지가 오아후보다 훨씬 적어서, 빛의 굴절이 훨씬 뚜렷하게 느껴져요. 해가 바다로 떨어질 때 붉은색, 주황색, 보라색이 층층이 섞여 나타나는데, 그 색의 농도가 정말 짙습니다.

또 하나의 차이는 '공기'예요. 오아후는 인구가 많고, 차량 배출과 도시 열섬 현상 때문에 석양이 부드럽게 확산되는 반면, 마우이는 상대적으로 공기가 맑고 깨끗합니다. 카훌루이는 바다에서 바로 불어오는 무역풍(Trade Wind)의 영향을 직접 받는 지역이라, 공기가 투명할 정도로 깨끗해요.

그래서 해가 지는 순간 태양의 원형이 뚜렷하게 보이고, 해수면으로 떨어지는 마지막 몇 초가 정말 선명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하늘이 투명해야 가능한 '선명한 석양'이죠.

또 카훌루이는 위치상 오아후보다 훨씬 서쪽에 있는 웨스트 마우이 산맥이 석양을 부분적으로 가리기 때문에, 해가 완전히 바다로 떨어지기 전에 산등성이에 부딪혀 생기는 붉은 그림자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마치 하늘이 절반은 타오르고 절반은 잠드는 듯한 느낌이에요. 이게 바로 마우이 석양의 묘미입니다. 빛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산맥에 닿아 스며드는 거죠.

게다가 카훌루이 근처에는 공항과 항구가 있어요. 이곳에서 저녁 무렵 하늘을 보면 석양빛을 배경으로 비행기 한 대가 천천히 착륙하는 모습이 정말 장관이에요. 하늘은 붉고, 활주로는 주황빛으로 반짝이고, 그 사이로 하얀 비행기가 그림처럼 스쳐 지나가죠. 오아후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에요. 오아후의 공항은 도심 가까이에 있어서 석양보다 불빛이 먼저 들어오거든요.

카훌루이의 석양이 또 특별한 이유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곳 사람들은 해 질 무렵이면 대부분 일을 마치고 해변가로 나옵니다. 아이들은 모래 위에서 뛰놀고, 어른들은 바다를 바라보며 맥주 한 캔을 들죠. 해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아무도 조급해하지 않아요.

결국 같은 하와이 하늘 아래서도, 오아후의 석양은 인간이 만든 풍경 위에서 피어나고, 카훌루이의 석양은 자연이 만든 무대 위에서 숨 쉽니다.